▲ 편의점 운영자의 잇따른 자살 등 대기업의 가맹 대리점에 대한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용인의 한 CU 편의점 운영자가 썰렁한 매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임대료·알바비용·전기요금·상품폐기 손실비까지
'포인트 적립금 떠넘기기 횡포' 계약종료만 손꼽아
영업시간 단축 불가능… 본사 '편의점 감옥' 감시


"CU와 계약하는 순간, 점주는 노예가 됩니다."

CU 편의점 운영자의 자살 사망 사건과 이에 대한 본사 BGF리테일의 무성의한 대처를 계기로 비난여론이 거세다.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 것 같다"며 분노와 슬픔에 빠졌다.

CU점주들이 털어 놓은 점주와 본사간의 갑을관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을(乙)사(死)조약'. 즉, 계약 순간 '을'의 위치에 놓인 점주들이 죽어 나간다는 그들의 표현처럼 본사에 묶인 점주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벌어도 벌어도 남는 돈은 없고, 주 80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편의점 붙박이 인생"이라는 그들. CU편의점 갑을관계의 진실은 무엇일까.

■ 월매출 2천700만원의 편의점주가 생활고를 겪는 까닭은?

= 일매출 90만원인 A편의점의 경우 월매출이 2천700만원에 이르지만, 편의점주가 하루도 쉬지 않고 12시간씩 일했을 때 손에 쥐는 돈은 16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 참조

매출액 2천700만원중 70%가량이 매출원가로서, 매출이익은 81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또 점포임대를 한 계약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임대료를 본사가 부담하는 경우, 매출이익은 CU측이 60%, 점주가 40%를 가져간다.

최근 CU 본사직원이 보는 앞에서 수면유도제 40알을 삼킨 다음날 사망한 김모(53)씨의 경우도 매출이익의 40%를 받는 형태의 계약을 맺었다.

매출이익의 60%를 CU측이 가져가고 나면 점포매출이익은 324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아르바이트생을 하루 12시간 고용했을 경우, 최저임금인 시급 4천860원으로 계산해도 175만원 가량이 빠져나간다.

또한 점주는 월 평균 80만원에 이르는 전기요금과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 등 상품폐기손실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

심지어 CU측은 OK캐쉬백, CU멤버십 등 손님들이 쌓은 포인트 적립금과 신용카드수수료도 일정부분 점주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발주후 미판매 소실액, 소모품비, 냉장고 유지관리비까지 빠져 버리면 편의점주의 수익은 터무니없이 줄어든다.

CU측에서 매출장려금, 상품발주장려금, 전기요금 50%보조 등으로 장려금을 지불해도 결국 점주에게는 아르바이트생 월급보다 못한 160만원만 남게 된다.


■ '편의점 감옥', 감시받는 점주들

= 지난해 초 용인의 한 상가건물에서 CU편의점을 시작한 B씨는 개업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

아르바이트생이 행여나 결근이라도 하는 날엔 종일근무도 감수해야 한다. 환갑이 다 된 나이에 밤샘근무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가게 문을 닫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B씨는 "근무시간을 계산해 보니 1주일에 80시간을 일하는 꼴"이라며 "이 나이에 대한민국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의 두배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변에선 알바생을 더 써서 쉬는 시간을 가지라고 하지만, 현재 야간에 고용중인 알바생의 인건비 대기도 벅찬 상태"라며 "이렇게 죽어라 갇혀 일해도 남는 건 한달에 160여만원 뿐"이라고 했다.

사망한 김씨의 유족들도 "명절을 지내려거나 몸이 아파서 가게 문을 잠시 닫은 때는, 어김없이 본사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와 매장 문을 열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운영하는 내내 눈치만 보며 살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CU의 편의점 계약상 점포의 영업시간은 연중무휴, 1일 24시간으로 돼 있다. 점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

실제 본사측의 점포운영 권유시에도 아르바이트 2~3명을 사용해서 운영하면 된다는 설명을 받았다는 게 해당 점주들의 주장이다.

계약서상에도 '영업시간 단축은 갑(甲)에게 문서를 요청해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전승인도 허용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점주들은 전했다.

또다른 점주 C씨는 "고통은 점주가 떠안고, 기쁨은 본사가 가지는 게 CU 편의점"이라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계약기간 종료만을 기다린다"고 허탈해 했다.

/김태성·윤수경·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