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에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여온 경기도내 일선 시·군들이 정작 자신들은 상위법에 정면으로 배치되거나 초법적인 조례·규정을 마련해 규제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조례나 규정 대부분은 기업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손톱 밑 가시'로 작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광주시 쌍령동에 빌라를 신축하려던 김모(54)씨는 최근 광주시로부터 '수돗물 공급을 위해 가압장을 설치하라'는 조건부 건축허가를 받았다.

수돗물 등 공공재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야 하는 의무사항이고, 관련 법에 근거해 원인자 부담금까지 지불하는데도 가압장까지 설치하라는 '황당한' 요구에 항의했지만 시는 "조례에 '원인자는 수돗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수압이 낮으면 가압장을 설치하라는 의미"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인근의 다른 건축주들도 대부분 비슷한 조건을 부여받았다.

시흥에서 소규모 제조업을 운영하는 T사는 올초 시흥시에서 지원하는 국내박람회 참가지원사업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시가 마련한 '국내박람회 참가지원 사업 지원대상 계획서 수립 내부지침'상 자격요건인 '공장등록'이 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T사 관계자는 "건축법에 연면적 500㎡ 미만 공장은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시가 이를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영세 공장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C씨는 지난 2002년 천현동 그린벨트내에 900㎡ 규모의 축사를 허가받아 신축했다. 하지만 하남시가 2001년도에 연구목적 등을 제외한 일반 축산농가에서의 가축사육을 못하도록 제정한 조례때문에 덩그러니 축사만 남게 됐다.

이후 C씨는 축사를 창고로 불법 용도변경했다가 적발돼 수백만원 상당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은 뒤 2006년에 축사를 처분했다.

이처럼 일선 시군들이 초법적인 조례나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 이유는 난개발 및 도시미관 훼손 등을 막겠다는 취지에서지만, 부족한 시군의 재정을 민원인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시군 관계자는 "자체 예산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규정과 지침 등을 내세워 민원인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각 시군에 규제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며 "법에 상충되거나 과도한 경우에는 각 시군에 관련 규정을 완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명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