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횡포'로 가맹점 운영자를 자살에 이르게 해 지탄을 받고 있는 CU 편의점 본사가 최근 점주들에게 기자들의 취재 내용을 사찰(査察)하고 이를 보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U 본사는 그동안 언론 노출 등을 사전에 막으며 점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의 입을 막아왔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파문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

28일 CU편의점 점주 등에 따르면 최근 영업본부 직원(SC) 등을 통해 점주들에게 "언론의 질문에 대응하지 말고, 이를 홍보팀으로 안내해 달라"는 문자가 뿌려지고 있다.

실제 수원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영업본부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 내용은 "기자들이 점포에 취재오면, 응답하지 말고 홍보팀에서 안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달라"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기자)연락처는 꼭 받아주세요"라고 요구했다.

오산에서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 역시 지난주 "긴급하게 연락드린다. 기자들에게 연락이 온 점포가 있나. 혹시나 질문사항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점주들은 이 같은 본사의 행태가 사실상 점주를 또다시 감시하고, 불공정행위 고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한 점주는 "갑의 횡포는 여전히 해결된 게 없지만, 자신들의 횡포가 드러날까 입막음만 하려 한다"며 "우리에게 감시 역할까지 맡긴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CU경영주모임측은 이 같은 통제가 이번 사건 이전에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선 점포들이 공유하는 시스템 공지에는 '촬영·인터뷰시 대응 요청'이라는 제목을 통해 "외부기관으로부터 촬영·인터뷰·각종 조사 요청시 점주 및 SC에게 연락바란다"며 "인지한 내용은 점주 및 담당SC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아직 사과도 안한 CU의 또 다른 횡포가 드러나고 있다"며 "도대체 진실과 반성이 없는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CU측은 "본사에서 별도로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촬영 대응 요청은 이미 기존부터 존재했던 공유시스템"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성·윤수경·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