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한은행을 압수수색해 해외 대출 및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신한은행 도쿄지점이 CJ그룹의 일본법인장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팬(PAN) 재팬' 주식회사에 240억원을 대출해 준 것과 관련, 28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자료 일체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대출금의 사용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흐름이 포착돼 이 대출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대출금이 일부 변제됐는데 그 자금의 원천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일본법인장은 일본법인 건물 명의로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담보 대출로 240억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일부로 도쿄 아카사카 지역에 21억엔(약 234억원) 상당의 건물을 차명으로 매입한 뒤 임대 수익금 등을 빼돌린 정황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대출금이 모두 현지 부동산 매입에 쓰였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에도 사용됐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확한 대출금의 용처를 확인 중이다.
팬 재팬이 CJ그룹의 일본법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비자금 조성·관리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인지, 아니면 위장 계열사인지 여부 등을 파악 중이다.
특히 검찰은 팬 재팬 명의로 CJ측이 돈을 빌렸지만 이재현 회장이 이를 해외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한 뒤 대출 변제는 CJ그룹 측이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팬 재팬 명의로 이뤄진 각종 대출·투자 과정에서 CJ그룹의 해외 비자금이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의 해외법인 운영 실태와 관련, 해외 현지법인 명세서 및 재무상황표, 해외 지사 명세서 등을 확보해 페이퍼컴퍼니의 존재와 역할 등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출 경위와 대출금 변제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CJ 일본법인장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지만 당사자는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한은행 도쿄지점에 근무했던 직원 1명을 전날 소환해 대출 경위와 대출금 회수 과정에 관해 조사했으며 법인장에게는 재소환을 통보키로 했다.
검찰은 또 이재현 회장이 자신의 누나와 동생이 각각 대표로 있는 계열사들을 부당 지원한 혐의도 조사 중이다. 누나인 이미경 그룹 부회장은 CJ아메리카 등을, 동생인 이재환 씨는 광고대행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각각 운영 중이다.
CJ는 2005년 CJ아메리카의 부실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6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2004년에는 CJ의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PT CJ인도네시아의 판매 및 영업 조직을 이재환 대표에게 무상으로 넘긴 의혹이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를 통해 관리한 비자금이 유입됐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