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택으로 수사관들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 회장의 장충동 자택 전경. /연합뉴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이재현 그룹 회장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2시께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을 서울 중구 장충동1가의 이 회장 자택으로 보내 각종 증거물을 압수했다. 수색은 약 6시간만인 오후 8시께 끝났다.

검찰은 이 회장 자택인 빌라의 1∼4층과 자동차 1대에서 각종 내부 보고 문서와 결재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이 지내는 이 건물 4층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 회장의 집은 CJ그룹 오너 일가의 자택이 몰려있는 장충동 빌라촌에 위치해 있다.

검찰은 21일에는 CJ 본사와 제일제당센터, 경영연구소, 인재원, 전·현직 임직원 2명의 자택 등 6곳에서 회계 장부와 자금 관리 문건, 전산 자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이 회장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당시 법원에서 기각됐다가 이번에 검찰이 재청구해 발부받았다.

검찰은 수사 대상인 CJ그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수백억원대 탈세 의혹의 정점에 이 회장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각종 불법 활동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고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회장이 임직원 등을 동원한 차명 계좌로 각종 비자금을 만들어 주식을 거래하는 등 비자금 조성과 탈세를 지시했으며 정기적으로 전 재무팀장 이모씨와 성모 부사장 등을 통해 현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택으로 수관들을 파견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 자택 주변에서 CJ그룹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CJ그룹은 재무 1·2팀으로 나눠 그룹의 자금을 운용했으며 이른바 '관재팀'으로 불린 2팀의 경우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28일에는 신한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해 CJ그룹의 해외 대출 및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금융 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신한은행 도쿄지점이 부동산 관리회사인 '팬(PAN) 재팬' 주식회사에 240억원을 대출해 준 것과 관련, 자료 일체를 제출받아 분석 중이다.

검찰은 팬 재팬이 대출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흐름이 포착돼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또 대출금을 일부 갚는데 쓰인 돈의 출처는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CJ일본법인장은 일본법인 건물을 담보로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원을 빌렸다.

그는 이 돈으로 도쿄 아카사카 지역에 위치한 21억엔(약 234억원) 상당의 건물을 차명으로 매입한 뒤 임대 수익금 등을 빼돌린 정황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팬 재팬이 CJ그룹의 일본법인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비자금 조성·관리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인지, 아니면 위장 계열사인지 여부 등도 조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팬 재팬 명의로 CJ측이 돈을 빌렸지만 이재현 회장이 이를 해외 부동산 매입 등에 사용한 뒤 대출 변제는 CJ그룹 측이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팬 재팬 명의로 이뤄진 각종 대출·투자 과정에서 CJ그룹의 해외 비자금이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팬 재팬에 거액을 대출해준 신한은행 동경지점의 당시 관계자는 "팬 재팬측에서 건물을 하나 사겠다고 해 매입 예정 건물과 CJ일본 법인 건물을 담보로 대출해줬다"며 "대출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담보 보강, 연대보증까지 들어온다고 해서 본점의 승인을 받아 대출해 준 것"이라며 "당시 21억5천만엔을 대출해줬는데 잔액이 대부분 남아있다"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