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그룹 측이 2008년 차명재산 관련 세금을 내는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차명재산이 더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28일 검찰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그룹이 그 당시 차명재산 관련 세금 1천700억원을 내는 과정에서 과세 근거가 된 차명재산을 누락·은닉했는지, 납세 규모는 적정했는지를 확인 중이다. 사진은 이날 저녁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에 불켜진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CJ의 일본 법인장이 개인 회사인 '팬(PAN) 재팬' 명의로 사들인 도쿄 아카사카 빌딩의 대출금을 갚는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비자금이 쓰인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압수한 금융거래 자료 분석과 이 회장의 차명계좌 거래내역 등의 추적을 통해 아카사카 빌딩의 대출금 변제에 이 회장의 비자금이 동원된 정황을 잡은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따라 '팬 재팬'이 CJ그룹의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회사를 운영한 배모 당시 CJ일본 법인장에게 소환을 2차 통보했다. 앞서 배씨는 지난주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검찰의 1차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팬 재팬은 2007년 1월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번화가인 아카사카 지역의 빌딩 매입을 목적으로 21억5천만엔(약 240억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당시 팬 재팬은 해당 빌딩을 담보로 제공했으나 은행 측은 담보 건물의 감정가가 낮다며 승인에 난색을 보였다. 이에 배씨는 은행 측에 CJ일본법인 건물을 추가 담보로 제공하고 나아가 CJ일본법인 명의로 보증을 해줬다.

은행 측은 대기업인 CJ의 일본법인이 보증까지 서고 건물을 담보로 맡긴 만큼 채권 회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본점 승인을 얻어 대출금을 내줬다.

팬 재팬은 이 돈으로 아카사카 빌딩을 산 뒤 임대 사업을 해 당시 1년에 1억1천만엔(한화 약 11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J그룹 계열사가 아닌 '팬 재팬'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 CJ그룹의 법인 건물이 담보로 잡힌 점을 수상쩍게 보고 대출과 변제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배씨와 팬 재팬을 내세워 거액을 대출받아 부동산 매입에 쓰고 임대 수익금 등을 챙겨 해외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관리하고 세금을 포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팬 재팬이 2007년부터 분할 납부 방식으로 신한은행 측에 상환한 약 25억원의 출처가 이 회장의 비자금이라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이 빌딩의 실소유주가 이 회장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개인 소유 목적으로 팬 재팬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이 빌딩을 매입하면서 CJ일본법인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보증을 서도록 했다면 배임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신모 CJ부사장을 이르면 이번 주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해외비자금 관리 '집사'라는 의혹을 받는 신 부사장은 CJ그룹이 홍콩에 운영하는 여러 특수목적법인의 설립을 대부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부사장은 2008년 살인 청부 혐의로 수사를 받은 또다른 비자금 관리인 이모씨가 재무2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그의 상사이기도 했다. 검찰은 신 부사장을 소환 조사한 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