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우를 놓친 것은 정작 검찰인데…."

탈주범 이대우의 잠적으로 비난의 화살이 경찰에 집중되면서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 "뒤치다꺼리는 다하면서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는 자조섞인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의 수사망을 뚫고 이대우가 서울로 잠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어 경찰이 대대적인 검문검색에 나서자 '뒷북수색' 또는 '부실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천의 한 경찰서 A경사는 "(이대우가) 수도권에 나타났다고 욕 먹고, 그래서 (전국적으로) 일제검문을 했더니 보여주기식이라고 욕 먹는다"며 "정작 이대우를 놓친 검찰은 뭐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경찰서 소속 B경위는 "검찰 잘못에 대해서는 언제부턴가 언론에서도 얘기가 쏙 들어갔다"며 "불똥이 경찰에 튀면서 말 그대로 동네북 신세가 됐다"고 푸념했다.

이대우가 지난달 20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를 받던 중 달아난 이후 검찰이 도주 사실을 경찰에 신속히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초동대처 부실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공조수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찰관들도 있다.

또다른 경찰서 C경사는 "지난번에 (일산서에서 도주한)노영대 때도 그랬는데, (검·경간, 경찰서간)공조가 잘 안되면 수사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 했다.

지난해 12월 성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도주한 노영대는 당시 인천시 남구 주안동의 한 공중전화에서 지인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인천이 발칵 뒤집혔다.

인천의 한 경찰서 형사과장은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직원들 얼굴이 벌겋게 익었다. 경찰이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아줬으면 한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당부했다.

/임승재·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