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반드시 척결해 범죄 없는 안전사회 구현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탈법과 무질서, 구조적인 부조리와 반칙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그는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와 성폭력 특별 수사대 발족을 지시했다.

지시가 떨어지자 전국 각 경찰서에는 특별수사대가 발족되고, 추진본부가 구성되는 등 모두가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에는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부처는 저마다 철저한 안전 대책을 실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사회' 만들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 이들 범죄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주창하고 있는 의지만을 무작정 믿고 따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전 정권은 물론 역대 정권이 수없이 강조했고, 다짐했지만 이들 범죄는 '근절'되거나 '발본색원'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범죄 퇴치에 적극 나서야 할 공직자들이 범죄에 가담해 형사 처벌을 받는 등 독버섯처럼 그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다.

수원교육지원청의 한 팀장이 술자리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는가 하면 고양시청의 한 간부는 여 비서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직위해제됐다. 또 가출 청소년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수의사와 길을 지나던 여고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강제로 옷을 벗겨 성폭행하려 한 현직 소방관이 경찰에 검거되는 등 대통령의 강력한 표명에도 이들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무허가 축산물 유통업자와 위생불량 커피전문점이 적발되는가 하면, 10대 청소년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등 학교폭력과 불량식품 유통 역시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형과 재산 싸움을 벌인 동생이 형의 집에 불을 질러 모두 4명이 숨지는 끔찍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 물론 이들 범죄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단시일에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고 통치자의 영(令)이 제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아무리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영은 반드시 서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유지되고,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대통령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 국가. 존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유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학교폭력과 관련 교육 현장에서 만난 한 교사는 CC-TV 성능 개선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그는 CC-TV 성능 개선으로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다면 억만금이 들어도 CC-TV 성능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했다. 학교폭력의 근절은 정확한 원인과 분석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경찰관 반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경찰관은 윗사람들은 지시하면 그뿐이지만 말단인 자신들은 있는 것 없는 것 모조리 들쑤셔서 이 잡듯 잡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일선 집행관(?)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역대 통치권자들이 갖고 있던 '원인 규명 무시', '획일적인 지시', '불통 고집' 등의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면 접근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현장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선 집행관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들과 공감과 소통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범죄자들이 쥐구멍이라도 찾을 것이다.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