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탈법과 무질서, 구조적인 부조리와 반칙은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그는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와 성폭력 특별 수사대 발족을 지시했다.
지시가 떨어지자 전국 각 경찰서에는 특별수사대가 발족되고, 추진본부가 구성되는 등 모두가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에는 안전행정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국민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부처는 저마다 철저한 안전 대책을 실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사회' 만들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 이들 범죄는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현재 주창하고 있는 의지만을 무작정 믿고 따르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전 정권은 물론 역대 정권이 수없이 강조했고, 다짐했지만 이들 범죄는 '근절'되거나 '발본색원'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범죄 퇴치에 적극 나서야 할 공직자들이 범죄에 가담해 형사 처벌을 받는 등 독버섯처럼 그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시키고 있다.
수원교육지원청의 한 팀장이 술자리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는가 하면 고양시청의 한 간부는 여 비서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직위해제됐다. 또 가출 청소년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수의사와 길을 지나던 여고생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강제로 옷을 벗겨 성폭행하려 한 현직 소방관이 경찰에 검거되는 등 대통령의 강력한 표명에도 이들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무허가 축산물 유통업자와 위생불량 커피전문점이 적발되는가 하면, 10대 청소년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금품을 훔치는 등 학교폭력과 불량식품 유통 역시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형과 재산 싸움을 벌인 동생이 형의 집에 불을 질러 모두 4명이 숨지는 끔찍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 물론 이들 범죄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단시일에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고 통치자의 영(令)이 제대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아무리 각양각색의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영은 반드시 서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유지되고, 사회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대통령의 영이 제대로 서지 않는 국가. 존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이유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학교폭력과 관련 교육 현장에서 만난 한 교사는 CC-TV 성능 개선만으로는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그는 CC-TV 성능 개선으로 학교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다면 억만금이 들어도 CC-TV 성능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접근 방법이 잘못됐다고 했다. 학교폭력의 근절은 정확한 원인과 분석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선 경찰관 반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경찰관은 윗사람들은 지시하면 그뿐이지만 말단인 자신들은 있는 것 없는 것 모조리 들쑤셔서 이 잡듯 잡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일선 집행관(?)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역대 통치권자들이 갖고 있던 '원인 규명 무시', '획일적인 지시', '불통 고집' 등의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숱한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다면 접근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현장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선 집행관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들과 공감과 소통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 범죄자들이 쥐구멍이라도 찾을 것이다.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