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꼭 1년 남았다. 요즘 정치판은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출마자에 대한 정당 공천을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으로 뜨겁다. 정당공천제가 성숙한 지역정치를 가로막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공천이 폐지될 경우 후보 난립으로 인해 선거가 지나치게 과열 혼탁현상을 보일 것이란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정당공천제는 각 정당이 권한을 갖고 선거후보로 나설 인물을 사전에 검증하고, 당의 이름을 걸고 후보를 내는 것이다. 후보자 난립을 방지하고, 정당을 통한 책임정치를 한다는 점에서 그 취지는 두말할 나위없이 긍정적이다. 정당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정부간 연결고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특정 정당 후보자라는 점은 무엇보다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고,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원으로 출마하고 싶은 후보자와 국회의원 사이에 공천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커진다는 점이다.

1995년 지방선거가 부활한 이래 공천과 관련해 일어났던 수많은 잡음들을 일일이 거론하는 것도 부끄럽다. 공천 과정에서 '갑' 행세를 하다가 금품수수로 구속된 의원들도 있고 심지어 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던 후보자가 지역국회의원에게 2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려다 해당의원 측의 신고로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발생했다. 정치에 대한 혐오를 심어주는 것도, 기초의원들의 질적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터무니없는 공천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5월 보궐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무공천을 실천에 옮겨 큰 호응을 얻었다. 공천제를 아예 폐지함으로써 공천 과정의 투명성은 물론 잡음을 제거한다는데 반대할 유권자는 없다.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적 수준도 높아졌다. 공천제 폐지로 당장 후보 난립 등 부작용은 있을지 모르나 신뢰받는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상을 정립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아픔은 거쳐야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과 눈높이가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공천이 폐지된다 해도 그 후유증 정도는 감내할 수준이 됐다. 오히려 정치인들이 국민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정당공천 폐지, 지금 진지하게 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