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3일 그룹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에 경고를 보내고 소환에 불응한 핵심 관계자들에게 2차 소환 통보했다. 이날 오후 서울 남대문로 CJ 본사 건물 앞에 위험 표지판이 눈에 띈다. /연합뉴스

CJ그룹의 비자금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그룹 측이 일본 빌딩 2채를 동일한 수법으로 사들여 차명재산을 관리한 정황을 포착해 추적에 나섰다.

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CJ일본법인장을 지낸 배모씨가 운영한 부동산 관리회사 '팬 재팬'이 현지 은행 대출을 받아 도쿄에서 빌딩 두 채를 연달아 매입한 점에 주목, 그룹의 조직적 관여 여부를 수사 중이다.

배씨는 2007년 1월 팬 재팬 명의로 신한은행 도쿄지점에서 240억원을 대출받아 아카사카 지역의 시가 21억엔(약 234억원) 짜리 빌딩을 매입했다. 배씨의 회사는 그룹과 연관이 없는데도 당시 CJ일본법인 소유의 CJ재팬 빌딩을 담보로 제공했다.

배씨는 2007년 7월에도 같은 은행 지점에서 200억원을 대출받아 아카시아 지역에 있는 시가 18억엔(약 200억원) 짜리 빌딩을 사들였다. 이번에도 CJ재팬 빌딩이 담보였다.

건물 용도와 대출금 변제 과정도 판박이였다. 팬 재팬은 두 건물을 모두 '임대 수익 사업' 목적으로 구입했다.

먼저 산 건물은 매달 300만엔씩, 나중에 산 건물은 매달 150만엔씩 각각 은행에 갚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CJ그룹이 해외 비자금을 변제액에 섞는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후 각국이 경제난을 겪던 2011년 2월께 팬 재팬은 두 건물에 대해 대출금 상환 유예를 신청했다. 신청은 받아들여졌고 두 번째 건물의 경우 은행에 17억3천800만엔의 미상환 잔액이 남은 상태다.

두 건물의 주인이 바뀐 과정도 똑같다.

팬 재팬의 최대 주주는 2007년 1∼7월 사이에 배씨에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페이퍼컴퍼니인 S인베스트먼트로 바뀌었다. 이 투자회사의 최대 주주는 제3자이며 'LEE'(李)라는 성씨의 '중국인'으로 전해졌다. 이는 공교롭게도 CJ 오너 일가의 성과 같다.

검찰은 S사의 최대 주주와 CJ그룹의 관계에 대해 확인 중이다. 그룹의 해외 임직원이거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외국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CJ그룹이 홍콩에 세운 해외 사료사업 지주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 등 일부 계열사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J재팬과 배씨, 페이퍼컴퍼니 S인베스트먼트, '중국인 이씨' 등이 연결된 부동산 거래의 '종착역'에는 이재현 회장이 있고, 그가 일본 빌딩들의 실제 주인일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배씨와 현재 CJ일본법인장 구모씨 등 관계자들을 소환해 6개월 간격으로 고가 빌딩을 2채나 산 이유, 팬 재팬의 주주 변경 과정, 이 회장과 그룹의 조직적인 관여 여부 등을 조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