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긴장완화 논의 급물살
유산 7·4 남북공동성명 재조명
북한이 6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전격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오는 12일 서울에서 남·북장관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안하면서꼬일 대로 꼬였던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급전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밀어붙인 '원칙있는 대북 대응기조'가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끈기를 갖고 수차례 대화를 촉구해온 것이 북한을 움직이게 한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 단절된 남북 연락채널 복원
북한은 이날 서해지구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채널 재가동 의사를 밝혔다. 북한이 지난 3월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와 직통전화 단전을 일방 통고했고, 같은달 27일 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의 군 통신선까지 차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전방위로 대화 제의를 해옴에 따라 군사실무회담도 제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 합의에 따라 군사실무회담이 열린다면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한 무선통신망 2회선과 동해지구 군 통신선 정상화,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박 대통령 중국 방문 '청신호'
박근혜 대통령의 이달 하순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한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정치 및 외교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섞인 평가가 나온다. 당장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길이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강경일변도의 북한이 7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과 이달 말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간의 태도를 바꿔 당국간 회담을 깜짝 제의하며 전향적으로 나온 것은 협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 7·4남북공동성명 재조명
북한이 7·4남북공동성명 관련, 남북 양측이 공동으로 기념하자고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7·4공동성명을 내세운 것은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의원 시절인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에게 7·4공동성명의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 65일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금강산관광 중단은 5년째다.
겉으로는 북한의 제의를 우리가 수용하는 모양새지만 정부가 개성공단 제품 반출 문제 논의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을 제의해둔 만큼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번 제안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함께 개성공단 정상화를 의제로 못박고 나온 만큼 당국간 회담이 시작되면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