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벌크선 1위 업체인 STX팬오션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매각에 거듭 실패하면서 주채권은행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부채가 어마어마한 데다 해운업계 전망까지 불투명해 결국 법원에 구명의 손길을 내밀게 됐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STX팬오션 모습. /연합뉴스

STX그룹 계열의 국내 3위 해운회사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STX팬오션이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TX팬오션은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법정관리 신청을 결의했다.

해운시장 불황에 따른 경영악화로 지난해 말부터 STX팬오션 매각을 추진해온 STX그룹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인수 불가 결론을 내리자 법정관리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3위 해운사이자 벌크선사로는 국내 최대인 STX팬오션은 범양상선 시절이던 지난 2002년 법정관리 졸업 이후 11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STX팬오션은 이날 회사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채권자들은 회생절차 개시까지 채권을 강제집행할 수 없다.

STX팬오션은 2∼3주 뒤 법원의 관리하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일정한 금액 이상의 채무를 갚을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하며 회생계획에 따라야한다.

STX팬오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을 토대로 이른 시일 안에 경영정상화의 기틀을 다지고 채권자, 화주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TX팬오션은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벌크선 운임의 급격한 하락과 시황 회복 지연, 선박 공급 과잉, 장기 용선 계약의 부실화, 유류비 부담 상승, 거래처 부실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와 손실 발생, 신규 선박 도입에 따른 부채와 상환 원리금 증가 등 여러가지 이유가 맞물려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물동량이 감소하고 벌크선 운임 지수(BDI)가 올라가지 않아 고정적 운임수익을 확보한 장기운송 계약을 제외하면 선박을 운항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다.

국내 벌크선 1위 업체인 STX팬오션이 결국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됐다. 매각에 거듭 실패하면서 주채권은행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부채가 어마어마한 데다 해운업계 전망까지 불투명해 결국 법원에 구명의 손길을 내밀게 됐다.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STX팬오션 모습. /연합뉴스

이 때문에 STX팬오션은 부채가 쌓여가는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 용선료 지급 등 필요한 자금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당장 시급하게 필요한 운영자금만도 2천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의 부채는 1분기 말 기준 모두 5조5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만기가 남아있는 회사채는 1조1천억원가량으로 집계돼 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된다. 최악에는 1조원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기 시기별로 보면 올해 10월에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상반기에 3천억원, 내년 하반기 2천500억원, 2015년 상반기 3천500억원 등이다.

STX팬오션은 시황 하락과 공급 과잉 현상이 가까운 미래에는 해소될 것이며 고가의 장기 용선계약 조정으로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고 회생절차를 통한 인수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회생절차 개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회생 절차가 개시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고 거래 업체와 종업원의 피해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천일 STX팬오션 신임 사장은 "회생절차 개시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재무개선을 추진해 최단 기간 내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하고 조기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TX그룹 계열사 가운데는 STX건설이 이미 지난달부터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이밖에 ㈜STX,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077970, 포스텍 등 5곳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갔거나 협약을 신청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