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독립 검사 서비스 기관인 'TUV 라인란드 코리아'는 최근 불거진 한국 원전의 부품 성적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인증기관의 생명은 독립성과 투명성이라는 의견을 9일 표명했다.

TUV 라인란드 코리아 원자력사업본부 원자력안전팀 양희창 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조 파문에 대해 "인증기관이 독립적이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영세한 인증업체가 JS전선 등 고객사나 한국전력기술·한국수력원자력 등 상위 납품처의 요구와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양 부장은 "(원전) 산업계 최상위에 단일 고객사만 위치하고 있다"며 한수원을 정점으로 하는 원전 업계의 특수성을 지적했다.

최근 사태를 놓고 원자력이라는 특수한 분야의 전문지식과 학연·인맥으로 얽힌 업계의 폐쇄성이 문제의 원인이므로 이른바 '원전 마피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이 역시 양 부장이 언급한 '단일 고객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인증업계 내의 인력 교류가 일반적이지만 한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양 부장은 "인증기관의 심사원이나 검사원이 기술과 전문성을 쌓아 인증기관으로 전직하는 경우가 많고 국제적인 인증기관 간에 인력 교류가 있다"면서도 "다만 수주를 주목적으로 산업계에서 인력을 영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독일의 상황을 설명했다.

인재를 영입할 때는 인증·심사·검사의 전문성이 우선이고, 인증기관에서 지켜야 하는 것을 강령, 행동수칙 등으로 명시한다는 것이다.

양 부장은 "고객사와 유착해 권한 밖의 인증활동을 하거나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례가 있는지를 철저히 감시한다"고 말했다.

TUV 라인란드는 회계감사와 별개로 연간 3∼4회 지역본부·그룹 차원의 내부 감사를 실시한다.

성적서 위조와 같은 원전 비리를 막으려면 인증기관의 독립성 확보와 인증업체를 관리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양 부장은 제언했다.

그는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인증기관이) 제3자임을 명확히 하는 인증업체의 요건을 도입하고 '이해상충 조건'을 똑똑히 규정해 고객사와의 유착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해상충은 인증기관이 본연의 업무와 충돌하는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금지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새한티이피의 검증 결과를 감시해야 할 한국전력기술 임직원이 가족 이름으로 새한티이피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감시자로서의 독립적인 활동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금지된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술기준과 제도를 도입하고 외국계 인증기관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카스텐 리네만 TUV 라인란드 코리아 대표이사는 "인증기관이 인증을 요청한 고객사로부터 독립된 의견을 제시해 인증을 수행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인증의 효력이 있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제3자로서 인증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럽 등이 적용하는 기준과 문화를 한국 원자력 산업계도 참고하면 뛰어난 원전 기술이 뒷받침된 훌륭한 인증 및 품질관리 체계를 만들 수 있고, 원전 수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TUV 라인란드 코리아는 1872년 설립된 튀프(TUV) 라인란트 그룹의 한국지사다.

TUV는 19세기 독일 내 압력용기 및 보일러에 대한 안전검사를 시작한 이래 약 140년간 검사기관으로서 산업, 제품, 시스템 분야에서 안전과 관련된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 기술검사협회의 회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