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오전 인천시 중구 연안여객터미널 백령도행 배표 구입 창구. '여객선 부정승선을 근절합시다'라는 문구 앞에서 관광객들이 배표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배편 할인폭 70%까지 확대… 현지여행사 뒷거래 부채질
인적사항 기재등 불법행위 관리 불구 타인명의 표 나돌아
여행사직원 맘대로 이름 변경… 사고땐 신원확인 못할판


인천시와 옹진군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서해5도를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고 여객선사들이 운항 중단까지 검토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자,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여객선 운임의 70%를 지원키로 한 긴급 처방이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이 자그마치 14억원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70% 할인표'가 '암표'로 둔갑돼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서해5도 여객선 할인 정책은?

인천시민은 관련 조례에 따라 여객 운임의 50%를 할인받고 있다. 또 옹진군은 2011년부터 매년 10억원 이상의 자체 예산을 들여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한시적으로 운임을 50%까지 지원해 왔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올해 이 할인 폭을 70%까지 확대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서해5도를 찾으려 했던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번 '서해5도 방문의 해, 옹진군 섬 나들이 사업'(여객 운임 70% 할인 정책)을 통해 발매된 배표는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이 반드시 기재되도록 했다.

시민 혈세가 투입된 만큼 '암표 거래'와 '부정 승선' 등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옹진군 관계자는 "표 예매와 발권 등은 해운조합에 위탁이 돼 있다"며 "예약됐다가 취소된 배표를 다시 못팔게 하는 등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70% 할인표' 예매는 지난달 2일 시작된 뒤 22일 마감됐다.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서해5도 여객선 표가 며칠 사이에 모두 팔려 나간 것이다.

■암표 거래, 그리고 부정 승선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지난달 22일 '70% 할인표' 예매가 마감된 상태에서, 취재진은 백령도 현지 여행사로부터 지난 8~9일 백령도행 할인표를 구했다.

취재진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관광객들이 현지 여행사들로부터 타인의 명의로 된 배표를 배부받아 '부정 승선'하거나, 여행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표에 기재된 개인정보를 지우고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적는 장면까지 포착했다.

20% 추가 할인이 되는 노인(경로)용 표도 눈에 띄었다.

지난 8~9일 취재진과 함께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들도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적힌 표를 받고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이었다.

관광객 A씨는 "여행사에서 다른 사람의 표를 나눠주는 것이 의아해 따지려다가 승선 시간이 임박하는 바람에 그만뒀다"며 "만일 (섬에서나 선상에서) 사고가 난다면 신원 확인이 안되니 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단체 관광을 왔다는 한 산악회 회원은 "총무가 표를 (여행사 직원에게서) 직접 받아서 승선 직전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배를 탈때 표를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며 "나중에 (내 표에)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알았다. 단체표라 섞여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해당 여행사는 백령도 현지에 도착한 관광객들에게 "이름대로 자기 자리에 앉으면 일행들이 흩어지기 때문에 어젯밤 작업을 해서 임의대로 나눴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1박2일 패키지 여행상품은 가격대가 13만~21만원으로 제각각이었다. 취재진은 1박2일 패키지 여행상품을 20만원에 샀다.

취재진이 여행상품을 구한 여행사 관계자는 "할인행사는 지난달 22일 모두 끝나, 이후 예약하는 손님들은 혜택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의 표에는 '서해5도방문'(70% 할인)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임승재·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