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여객선 배편에 웃돈을 얹은 '암표'가 암암리에 거래되고 '부정승선'이 판을 치고 있다는 보도(경인일보 6월 11일자 1·3면)가 나가자, 인천시와 옹진군 담당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원금을 노린 '배표 싹쓸이' 의혹까지 제기되자 '서해 5도 방문의 해, 여객선 운임 70% 할인 지원사업'의 당초 취지가 퇴색했다는 자조섞인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 "터질 게 터진 것인가…."

인천시는 당초 10인 이상의 단체 관광객에게만 75% 할인 혜택을 적용하려 했다. 단체 예매를 하는 기관이나 모임 등을 명확히 확인해 암표거래 등의 각종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였다.

옹진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70% 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일부러 10명 단체 표로 예약한 뒤 나중에 일부 표는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여객선에 좌석이 남아도 정작 표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기관 모두 여객 운임이 대폭 할인된 배표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예견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인천시 관계자는 "왜곡된 가격이 문제다"며 "(결과적으로)혈세가 낭비된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 때아닌 '부실수사' 우려

해경은 지난달 초 백령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사들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배를 타려던 백령도 일부 주민이 자기 명의로 배표가 발매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지난해 말부터 수사가 시작됐다.

배표 할인이 되는 주민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일부 여행사들이 배표 사재기를 한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그러나 해경은 전산 시스템상 허점을 확인했을 뿐, 여객선사 측에 대해 도서민 할인표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며 입건했다. 그야말로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었다.

한 여객선사 관계자는 "검표 의무는 해경에 있는데 책임을 선사에 떠넘긴 셈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옹진군은 이번 사건을 놓고 어느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지 고민하고 있다.

■ 사정기관, 칼날 겨누나

당장 해경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암표거래와 부정승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도 검표 현장에서 신원 확인조차 안 한 1차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해양경찰서는 경인일보 보도와 관련해 여객선사들로부터 발권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해양경찰청에 즉각 보고했다.

인천해경은 표를 예매할 때 타인의 명의를 이용했다면, 개인정보 도용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여행사와 여객선사 등을 상대로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날 인천지검도 개인정보 확인을 거쳐 발매되는 배표가 시중에서 타인 명의의 암표로 둔갑돼 거래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각 여행사들로부터 넘어오는 고객 명단 등에 관한 자료 일체를 여객선사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정보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해 5도 등 옹진군 섬 지역은 인천중부경찰서가 관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라인에서도 이 사건을 스크린하고 있다"며 "(인천시와 옹진군이)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면 본격적으로 수사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김민재·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