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대화, 속은 타들어가고
이제는 바이어들도 모두떠나
12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진성하이테크 이명섭 대표는 허탈한 표정으로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 대표는 "하루 전까지도 기대감과 행복감에 가득찼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뒤바뀌면서 절망감마저 든다"며 "입주기업인들은 신세한탄하는 자리가 될 뿐이기 때문에 이젠 한자리에 모이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회담 무산에 대한 남북간 책임공방에 대해 "정부가 앞으로 어떠한 대응을 할지 궁금하면서도 겁이 난다"며 "아무쪼록 남북 대화가 다시 재개되고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남북당국자회담이 갑작스레 무산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속이 타고 있다. 게다가 장마철마저 다가오면서 공단에 두고 온 설비 부식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잠정 폐쇄가 두 달을 넘어서면서 희망을 잃어가던 입주기업들은 이번 회담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다시 기약없는 기다림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날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어 "개성공단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기계설비 점검이 시급하다"며 "설비점검팀이 즉시 방문할 수 있도록 통신 연결 등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비대위 김학권 공동위원장은 "곧 공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설비 점검팀을 꾸리고 관계가 끊어진 바이어들과 접촉하는 등 재가동을 위한 준비에 분주했다"며 "이제는 바이어들도 모두 떠나가 개성공단이 재개된다고 해도 다시 거래를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공단에 남겨둔 각종 공구와 설비가 못 쓰게 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남북 당국 상대로 당국자회담을 조속히 개최하고 설비 점검팀에 대한 방북 허용, 통신선 연결 등을 촉구했다.
/이성철·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