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특수지역인 서해5도로 가는 여객선 승객들의 신원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백령도행 여객선 승선을 위해 개찰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누가 배타는지 확인 안돼
터미널 "시간 없어 무리"
해경 "의무아냐" 선 그어
시·군은 "권한없다" 발뺌

해양사고시 승객조회 문제
안보특수지 여객관리 허술
제주, 장비로 전 인원 체크


'때늦은 책임 떠넘기기'.

인천 시민의 혈세가 들어간 백령도 여객선 70% 할인 배편에 '암표거래'와 '부정승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승객의 신원 확인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시, 옹진군, 해경, 인천항여객터미널 등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 검표 업무를 맡고 있는 곳은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의 관리·운영 주체인 인천항여객터미널(IPPT)이다. 여기에 옹진군이 지원한 공익근무요원 등 3명이 검표를 돕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신원 확인을 하지 않는다. 단지 소아표와 일반표를 구분하고, 탑승인원을 확인하는 정도다. IPPT 관계자는 "시간이 없어 모든 승객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여객터미널 내에 검문소를 마련해 근무를 하고 있다. 해경은 그러나 자신들에겐 신원 확인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해경은 승선 과정을 지켜보며 지명수배자를 찾거나 거동 수상자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우리에겐 승객의 신분증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관계당국 모두가 '나몰라라' 하는 식으로 부정승선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지금처럼 부정승선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는 만약 해상 사고가 발생해도 승객의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서해 5도는 북한과 인접한 안보 특수지역이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확인한 결과, 여객선은 '서북도서 선박운항규정'에 따라 주간 운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안보와 승객의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해군은 레이더를 통해 여객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 혹시 모를 사고 등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운항 경로 중 일부 지점에 대해 인근에서 호위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과 달리 제주도에서는 승객들의 신원 확인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주체는 해경이었다.

제주해경은 위조신분증 감별기와 지문감정기 등을 이용해 여객선 전 승객을 대상으로 신원을 확인한다. 밀입국 방지가 주된 목적이지만 이를 통해 부정승선을 막고 있는 것이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장비를 동원해 신원 확인을 하다 보니 시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며 "이 때문에 승객들이 항의하는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서해 5도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백령도 천안함 침몰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며 "서해 5도사령부 창설 논의가 있을 정도로 중요 안보지역인 만큼 부정승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지의 문제다"며 "승객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서라도 해경 등 당국이 서해 5도의 중요성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임승재·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