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이대우가 도주 14일 오후 부산 해운대에서 검거됐다. 지난달 20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절도혐의로 조사받다가 달아난지 26일만이다.
탈주범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부산 경찰이 접한 시간은 13일 오후 6시40분. 주택 수리업자인 김모(51)씨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한 재건축 주택에 공사하러 갔다가 다락방에서 잠을 자는 이대우를 처음 발견했다.
처음에는 노숙자로 오인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퇴근길 집 인근 지구대에 들러 신고한 것이다.
목격한 지 10시간이나 지난 탓에 경찰조차 신고의 신빙성을 의심해 초동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 김씨의 위치를 파악해 14일 오전 1시30분께 현장 주변을 뒤졌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 김씨의 출근시간에 맞춰 이날 오전 7시30분에야 경찰은 정확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과 음료수, 타다 남은 초, 날 선 과도 등 의심스러운 물건에서 지문을 채취해 경찰청에 감식을 요청했다.
오전 10시55분. 감식 결과 이대우의 지문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은 부산 경찰은 동원 가능한 인력을 총투입했다.
신용선 부산경찰청장이 외부 행사를 취소하고 직접 현장 지휘에 나설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이때부터 1천500여명의 경찰 인력이 광안리와 해운대, 황령산 등 주변을 이 잡듯이 수색했다.
처음 목격된 이후 하루 반나절이나 지나 이대우가 부산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수색작업은 계속됐다.
과거 경찰관에 흉기를 휘두른 전력이 있고 은신처에서도 과도가 발견돼 수색에는 무장 경찰까지 투입됐다.
오후 6시55분. 해운대해수욕장과 해운대 기차역 사이 도로를 순찰하던 해운대경찰서 소속 해운대경찰서 정우정 경사와 배정훈 경장의 시야에 모자를 눌러쓴 이대우가 발견됐다.
정 경사가 3단봉을 길게 뻗은 채 "이대우씨"라고 부르자 탈주범이 놀라 뒤돌아봤다. 당황한 이대우는 저항할 틈도 없이 정 경사와 배 경장에게 체포됐다.
그의 허리춤에서는 이번에도 날카로운 과도가 발견됐다. 신속하게 검거하지 않았다면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늦은 신고와 잘못된 경찰의 초동조치 탓에 놓칠뻔한 탈주범이 26일만에 검거된 순간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