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간 회의 7번 '결정'
대형로펌 공세맞선 '인천시'
자료·오류찾기 '밤샘 작업'
OCI "추징 무효 행정 소송"
소송해도 이길 가능성 낮아
1천700억원대 세금사건이 일단락되는데 꼬박 1년2개월이 걸렸다.
조세심판원은 지난 14일 OCI의 자회사 DCRE가 청구한 '지방세 부과처분 취소심판청구' 사건을 기각했다. DCRE의 청구가 있은 지 1년2개월 만이다. ┃표 참조
■ 과정
= 최종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조세심판원 결정은 7번째 회의에서 내려졌다. 그동안 조세심판원은 내부 심판관 회의를 5차례나 가진 끝에 지난 1월 기각 의결한 바 있다.
참여 심판관 중 DCRE의 주장이 맞다는 의견을 낸 사람은 1명도 없었다. 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이 의결사항을 놓고서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20명 넘는 심판관들이 2차례나 더 회의를 가졌다.
그 결과 조세심판원은 '1천700억 세금 추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인천시·남구와 OCI·DCRE가 맞붙은 이 사건은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렸다.
인천시 쪽은 단돈 400만원에 정부법무공단을 선임한 반면, OCI 측은 대형 로펌인 태평양을 선임했다. 선임료는 8억원대로 전해진다. 여기에 성공 보수는 더 많다.
법조계에서는 50억원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비하면 정부법무공단의 성공 보수 200만원은 너무 초라하다.
OCI 측은 지난 1월 심판관회의에서 기각 의결이 내려지자, 부랴부랴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을 추가 선임했다.
사건 막판에 회계법인의 추가 선임에 대해 조세심판원 내부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사건이 마무리 단계여서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심판관으로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 '로비용'이란 지적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인천시 쪽은 대형 로펌 선임으로 맞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몇몇 직원들이 밤을 지새우며 관련 자료를 찾고, 상대 주장의 오류를 증명하는 데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시는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쟁점을 명확하게 정리해, '기업을 분할하면서 세금 면제 규정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 추징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조세심판원은 인천시 측의 손을 들어줬다.
■ 전망
= 조세심판원의 기각 결정이 나오자 사건 청구인인 DCRE는 즉각 반발했다. 세금 추징이 무효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송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조세심판원의 판단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존재하는 납세자 보호기관이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추징기관인 인천시나 남구의 조치가 지나치지 않은지를 따지는 데 초점을 맞춰 심리했으며, 추징조치가 틀리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쟁점만 놓고 본다면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법원이 OCI쪽 주장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할 수 있다.
특히 OCI는 이 사건의 원인이 되는 DCRE 분할이 있던 2008년 5월 1일에 9천300억원의 은행대출이 있었고, 그 직전인 4월 28일에 OCI 이수영 회장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9천300억원 중 3천억원의 행방이 묘연하다. 법정소송으로 갈 경우 이런 문제까지도 모두 들여다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OCI 쪽에서 굳이 소송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OCI 입장에서 보면 소송을 하게 돼도 이길 가망성도 낮고, 또한 덮었던 문제들까지 튀어나올 우려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진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