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 수준의 부가 혜택을 약속했던 인기 신용카드의 부가혜택이 경영난을 이유로 대거 축소되고 있다.

감독 당국은 '묻지마 부가 혜택'으로 고객을 유치한 뒤 일방적으로 축소에 나서는 카드사 횡포를 막고자 부가 서비스 의무 유지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비씨카드 등은 올해 카드 부가 혜택을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줄이기로 하고 고객에게 공지했거나 관련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에는 이미 이들 카드사의 부가 혜택 축소 신고가 줄지어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등으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 아래 주력 카드 혜택을 줄이겠다는 접수가 많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 출시한 후 75만장을 발급해 '최고 신용카드'에 오른 하나SK카드 '클럽SK'는 최근 금감원에 전월 실적을 상향해 부가 혜택을 줄이겠다고 신고했다.

이 카드는 SK텔레콤 통신 요금을 자동 이체하면 월 최대 1만5천원을 할인해준다. 전월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최대 1만원, 60만원 이상이면 최대 1만5천원 할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클럽SK카드의 전월 실적 기준이 구간별로 10만원 가량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전월 실적과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던 부가 혜택에도 제한을 둘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출시한 '클럽SK'는 SK그룹과 손잡고 통신, 주유, 마트, 학원, 대중교통, 하나은행 등 주요 생활밀착 할인 혜택을 1장에 모두 담아 '킬러 카드'로 명성을 누렸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고객 배려를 위해 그동안 클럽SK카드 서비스를 유지해왔으나, 경영 여건상 더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전월 실적 상향 등을 담은 부가 혜택 축소를 금감원에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클럽SK카드'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KB국민카드의 야심작인 '혜담카드'는 고객의 거센 항의에도 지난 4월부터 부가 혜택을 대거 줄였다.

통합할인한도를 신설해 전월 실적이 20만~70만원은 1만원, 70만~140만원은 2만원 등으로 책정했다. 부가혜택별 할인율도 최대 30%에서 10%로 줄였다. 전월 실적에서 교통, 통신요금 이용액, 아파트관리비, 대학 등록금 등도 제외했다.

6월부터는 대표카드인 'KB 와이즈카드' 서비스도 반 토막이 났다. 전월 실적 관계없이 모든 가맹점에 0.5% 적립해줬으나, 30만원 이상 써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현대카드는 7월부터 대표 서비스인 'M포인트' 적립률을 낮춘다. 외식, 패스트푸드, 패밀리레스토랑의 적립률이 2%에서 1%로 축소된다. 전월 실적에 따라 적립률도 차등 조정된다.

금감원은 고객 유치를 위해 카드 출시 당시 파격적인 부가 혜택을 약속했다가 갑자기 축소하는 행태가 반복되자 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부가 혜택은 의무적으로 1년간 유지해야 하며, 카드사가 변경하고 싶으면 금감원에 신고한 뒤 시행 6개월 전에 공지하면 된다.

금감원은 이 의무 유지 기간을 3~5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대적인 부가 혜택을 선전해놓고 고객을 모은 뒤 줄이는 카드사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부가 혜택 의무 유지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