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인하대분회는 현재 용역회사와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6차례나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기본급 3만여원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 노조는 현재 받는 기본급에서 10만원 오른 110만원을, 용역회사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오른 106만1천원을 고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인하대학교 환경미화원들이 학생회관 휴게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김치에 마른반찬 한 가지로 꾸역꾸역 찬밥 먹습니다. 좀 비싸도 교직원 식당에서 밥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19일 인하대학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8년째 일하는 박모(56·여)씨는 점심 때 찍어 놓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학생회관 건물 한 켠에 마련된 쪽방같은 휴게실에서 찍은 휴대전화 사진이었다.

냉면 그릇으로 보이는 쇠 양푼에 담긴 찬밥, 플라스틱 통에 든 마른반찬, 신김치가 전부인 초라한 식사였다. 집에서 싸들고 온 도시락이었다.

박 씨는 "예전부터 학교 측이 교직원 식당에서는 식사하지 말라고 해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면서 "괜히 봉변당할까 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대학교에서 일하는 직원들인데 누구는 교직원 식당에서 먹을 수 있고 미화원들만 못 먹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박 씨의 소속은 인하대가 아니다. 한 청소 용역회사가 그의 직장이다. 일은 학교에서 하는데 월급은 학교 측이 주질 않는다.

학내 청소라는 단순 업무의 인건비를 줄이려고 학교 측은 최저입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 학내 미화원들을 간접 고용하고 있다. 인하대 뿐이 아니다. 대부분 대학이 같은 방식으로 청소 업무를 맡긴다.

지난 2011년 홍익대 미화원들이 49일간 파업을 벌였던 것도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됐기 때문이다.

박 씨는 "교직원 식당에 들어가지 말라는 것은 학교가 우리를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걸 상징적으로 의미한다"며 "사실상 청소 관리·감독을 대학 직원들이 하는데도 우리는 학내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씨의 동료 김모(61·여)씨도 "학교 개교기념일에 나오는 기념품도 직원들은 다 받아 가는데 우리한테는 안 준다"며 "기념품 받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직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서럽다"고 말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인하대분회는 현재 용역회사와 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6차례나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기본급 3만여원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 노조는 현재 받는 기본급에서 10만원 오른 110만원을, 용역회사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오른 106만1천원을 고집하고 있다.

노조는 또 교통비와 상여금을 3만∼5만원 더 올려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이덕순(64·여) 노조 분회장은 "임금협상 때마다 용역업체는 '최저입찰제로 청소업무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에 올려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며 "학교 측의 최저입찰제 탓에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립 인천대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은 기본급으로 135만원을 받고 있다. 7∼8년 전까지는 인하대 미화원들이 더 많은 기본급을 받았지만, 당시 정부의 시중노임단가 적용 권고로 이후 인천대 미화원들의 기본급은 많이 올랐다.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이학금 사무국장은 "인하대가 직접 고용한 미화원 12명은 교직원 식당에서 밥도 먹고 용역업체 소속 미화원보다 2배가량 많은 월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일을 하는데 밥 먹는 것도 차별하고 처우도 다르다"며 "학교 측이 나서서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하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경비 노조와는 협의해 교직원 식당 출입을 허용했다"며 "미화원 노조에서 요구하면 식당 출입을 허용할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1년에 총 2억5천만원이 추가로 드는데 등록금은 계속 동결돼 학교도 여력이 없다"며 "미화원들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는 만큼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