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오랜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이례적으로 서한을 보내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압박을 가하자, 분명한 답을 줘야 할 때라고 생각한 듯하다.

중국방문 이전에 국내 문제를 어느 정도 정리할 필요성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박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놓고 불거진 여야간 대치상황에 대해선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며, 국조 실시 자체도 국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이 문제에 계속 침묵했다가는 야당의 주장대로 정보기관의 '국기문란 행위'를 박 대통령이 감싸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줄 수 있다는 상황인식과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정현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답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국정원이)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면서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야당이 그동안 국회 논의들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지 말라고 쭉 얘기해 오지 않았느냐. 나는 관여해 오지 않았다"며 "그 절차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회가 논의해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의 서신에 대한 답변에서 "그래도 국정원에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 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로 직전 언급에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고 명시했지만, 이 발언에서는 '여야가 제기한 국정원 관련 문제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NLL 문제를 지칭한 것으로 볼수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 대통령의 언급을 전하면서 NLL 관련 대화록 공개도 '문제들'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얘기한 거다. 알아서 해석하라"고 답한 것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한편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NLL 대화록은)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라며 "국가정보원법과 국회법 조항에 따르기만 하면 (열람이)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날 언급과 맥이 닿아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