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동안 쌓인 원망으로 67년간 같이 산 남편을 목졸라 숨지게 했던 80대 할머니(경인일보 4월 15일자 23면 보도)에게 법원이 선처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이영한)는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유모(84·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어서 타인이 이를 침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67년간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맺힌 한이 치매 증상과 이어져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범행의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에는 가혹하다고 판단돼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선처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유씨는 1946년 남편 한모(89)씨와 결혼한 뒤 60년 넘게 한씨의 외도와 가정폭력에 시달렸다.

그러던 지난 3월 26일 수원시 금곡동 자택에서 '노인정에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는 한씨와 다툼 끝에 한씨의 가슴을 누르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