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교통편인데….'

여행업계의 '백령도 할인 배표 싹쓸이 의혹'이 불거지자, 백령도 현지 주민들은 "이런 횡포가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섬 주민들은 요즘처럼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 배편은 물론,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인해 여객선들이 결항될 경우 승객이 넘쳐 급히 육지로 나갈 일이 생겨도 배표가 없어 발을 굴러야 한다고 토로했다.

백령도 토박이인 A(64)씨는 "탈이 나서 병원을 가야할 때나 친지 잔칫집이 있을 때 배표가 매진돼 있으면 그렇게 막막할 수가 없다"며 "여행사의 농간인지, 선사의 농간인지 몰라도 '표 장사'로 애꿎은 섬 주민들만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달에도 배표가 없어 자녀들이 효도 관광으로 준비해 준 제주도 비행기편을 놓칠 뻔 했다.

"전날 해무가 심하게 껴 섬에 들어온 배가 나가지 못하고 하루 묶여 있었다"며 "좌석을 관광객들에게 먼저 내 주니 항의를 안하려야 안할 수가 없었다"고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시·옹진군의 보조금이 들어가는 '서해 5도 방문의 해' 사업(여객 운임 70% 할인)에 대해 일부 여행사들의 배만 불리는 일이라고 주민 B(45)씨는 지적했다.

"여기 여행사들은 대부분 숙박업과 음식점을 같이 하거나, 끼리끼리 거래하는 업소로만 관광객들을 데려간다"며 "다른 데는 파리만 날리기 일쑤인데 지역경제 활성화가 되겠냐"고 꼬집었다.

인터넷 상에서도 여행업계의 배표 사재기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백령도 한 친목카페 회원은 "배표 문제로 (해경 등)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한 점 의혹없이 밝혀져 오가는 뱃길에 어려움이 없길 기대한다"고 했다.

다른 회원은 "배표 못사면 여행사로, 숙박업소로 사정하며 부탁해야 하는 웃기는 구조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왜 순응하듯 살았을까"라며 자책했다.

해운조합 사이트에도 지난달 할인표 예매 당시 "백령도에서 군복무하는 아들을 면회가려 했는데, (시·군 예산 소진으로)20일 만에 할인 행사가 끝났다"며 "여행사에서 표를 다 잡아놓고 꼭 필요한 사람들은 가지도 못하게 한다"는 항의성 민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