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27∼30일)의 최대 과제는 한중이 '북한 비핵화'를 공통분모로 삼으면서 수교 21년을 맞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켜 질적 내실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성년에 이른 한중 관계는 교역량이나 양국간 인적교류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한반도 정책 등에서는 미진한 점도 적지 않았던 만큼, 긍정적 측면은 더욱 강화하고 모자라는 점은 채워 나갈 수 있도록 격(格)과 질을 모두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할 시점에 와있다.

박 대통령이 방중 슬로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라고 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슬로건을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으로 정한 것도 박 대통령께서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신뢰의 유대를 공고히 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즉 한중 양국이 지나온 21년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20년간을 양국관계의 획기적 도약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는다는데 박 대통령 방중의 가장 큰 의미가 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양국 정상이 동북아 최대 안보현안인 '북한 비핵화'에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한 공동노력을 담은 미래비전을 채택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서 중국은 비핵화라는 기본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우리보다는 북한측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인상이 짙었지만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북핵에 불편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태도를 감안할 때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고 정상국가의 길을 가도록 하는게 서로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의 대북기조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설명하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이해를 얻어낼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나아가 두 정상이 단순히 북한의 비핵화 공감에 그치지 않고 그 이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건전한 일원으로서 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중이 변화를 유도하는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할지도 주목된다.

이런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단순히 정상회담의 파트너로서가 아닌 '심신지려'의 동반자로서 강고한 신뢰 유대 관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느냐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그동안 대미(對美) 외교에 비해 대중(對中) 외교에서는 상대적으로 정상간 '인간적 유대 관계'가 약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중국이 어느 국가보다도 '관시(關係ㆍ관계)'를 중요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관시'가 외교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에도 그동안 양국 정상간에는 특별히 이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역대 양국 정상들에 비해 개인적 인연은 물론이거니와 상대방에 대해 신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대 관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양국이 지난 1992년 한중수교를 통해 외교측면에서 한 획을 그은데 이어 21년 만인 올해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핵심적 협력관계의 발판을 만들어 갈지 주목된다.

현재 양국은 FTA 관련 논의를 1단계에서 5차 협상까지 진행했으며 2단계 논의로 단계를 진척시키려 하고 있지만 방향과 범위를 놓고 의견차를 보이는 상황이어서 양국 정부 모두 두 정상이 FTA에 대해 보다 진전된 내용을 끌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의견 차를 조금 좁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쑨위안장(孫元江) 중국 상무부 국제경제무역관계사 부사장도 최근 "FTA 협상도 고위층의 정치적 고려와 지지가 있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고 공감한바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베이징을 거쳐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방 도시인 시안을 방문, 중국과의 협력 범위를 안보에 이어 경제부흥과 문화융성까지 확대하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시안은 3천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의 고도인 동시에 한국과 중국 서부지역 간 교류 협력의 중심지로 많은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거나 앞으로 진출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런 만큼 박 대통령의 시안 방문은 새 정부의 국정기조인 경제부흥과 문화융성 측면에서 한중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시키고, 양국 간 문화교류를 촉진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본격적으로 내실화하는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