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주중 대사가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 방안을 비상사태에 대비한 시나리오로 검토했으며, 집권시 대화록을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폭로가 26일 제기됐다.
이와 관련, 대화록이 대선 전에 이미 유출됐다는 의혹도 아울러 제기됐다.
그러나 녹음파일의 상태가 좋지 않아 실제 권 대사의 음성인지를 둘러싼 공방이빚어졌으며, 이에 더해 새누리당이 녹음파일의 불법 입수 가능성을 지적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여의도 모 음식점에서 권 대사가 지인들과 대화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하고 권 대사의 음성이 담겼다고 주장하는 녹음파일과 함께 이를 풀어낸 자막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이 파일은 도청된 게 아니라 민주당에 제보된 것"이라며 구체적 입수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박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권 대사는 "NLL 관련 얘기를 해야 되는데…NLL대화록, 대화록 있잖아요"라며 "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그거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이고, 도 아니면 모고, 할 때 아니면 못 까지…"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권 대사는 이어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 이니까…"라며 "대화록 작성하는데서, 거기서 들여다 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거는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언급했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부분까지만 녹음파일을 공개했으나 추가 대화 내용과 관련, "권 대사가 대화하는 지인들에게 구체적으로 3개의 패러그래프(단락)에 해당하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이야기를 한 것으로 돼 있으며, 이번에 공개된 전문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긴 문장이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그냥 들어서 잠시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NLL 대화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미 불법·무단으로 유출돼 '정상회담 분석보고서'라는 내용으로 정제됐고, 이 전 대통령과 여러 사람이 기밀자료를 들여다봤으며 공유했음이 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임명된 직후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대화록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내용도 나온다"며 "권 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문제는 영토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언급하면서 '황당하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녹음상태가 청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권 대사의 목소리라고 주장하면서 전형적인 정치공작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식당에서 (이뤄진) 타인과의 대화내용을 공개한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대상으로, 언제 어디서 누가 녹음했는지도 정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권 대사의 목소리가 맞다는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내용도 확실치 않은데다 불법행위로 취득한 자료라면 이를 만든 것 자체가 범법행위로 조사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연이은 야당의 폭로로 법사위에서 음습한 기운을 지울 수 없다"며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이 회의에서 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자 황교안 법무장관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 관련 자료가 있는지 검찰이 적절하게 판단해서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