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1년 반 넘게 끌어오던 철도 구조 개편 계획을 확정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 운영을 민간에 넘기려 했다가 재벌 기업에 특혜를 주는 민영화라는 거센 비판 때문에 계획을 수정한 끝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권을 주기로 철도산업발전방안을 정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코레일에는 여객 운송 기능만 남기고 물류, 차량 정비 등은 부문별 자회사로 2017년까지 분리하고 일부 적자 노선을 중심으로 민간 사업자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 같은 정부 계획에 대해 시민단체와 철도노동조합, 야당 등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 가라앉지 않는 민영화 논란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지분 30%를 갖고 공공 연기금이 나머지 70% 지분을 소유한다면서 이는 민간 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어서 민영화가 아니며 앞으로도 민영화를 추진할 뜻이 없다고 강조한다.

민간 참여를 일부 적자 노선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와는 다르다고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공적 자금 지분을 매각하면 머지않아 민영화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민간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동의하는 공적 자금만 참여하게 하고 투자약정과 정관에서 민간 매각을 제한하는 것을 명시하는 등 별도의 장치를 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영수 부경대 박사는 "언제든지 민간자본이 들어올 여지가 있다"면서 "정부의 입김이 강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은 정부의 명령에 따라 언제든지 매각해서 바로 민영화할 수 있다. 재무적 투자자의 매각 금지 정관 또한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반 노선과 적자 노선에 민간회사의 참여를 허용한 국토부의 정책 기조가 언제든 수서발 KTX에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기금이 매각을 못 하게 하겠다는 국토부의 방침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먹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과 같다는 비판도 있다.

코레일을 물류, 차량, 시설 유지보수 등으로 나누는 것도 결국 영국식 분할 민영화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시민단체와 노조에서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물류·차량·시설 유지보수 자회사는 100% 코레일 출자 회사이므로 지분 매각 우려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자회사를 두는 것은 사업부문별 통합 운영에 따라 서비스별 원가구조를 파악하고 비효율 원인 진단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바꿔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형구 국토부 2차관은 "결코 민영화는 아니다"면서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한테는 거꾸로 후퇴한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 경쟁인가, 비효율인가

이날 발표된 철도산업발전방안은 '경쟁체제 도입'이 목적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코레일의 독점 구조 때문에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이 발생했으므로 다른 사업자와 경쟁시켜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철도 총 길이가 약 3천600㎞ 정도로 독일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독점이 오히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는 데 효율적이며 복수 사업자 체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게다가 수서발과 서울·용산발 철도를 서로 다른 회사가 운영하더라도 경쟁이 이뤄지기보다는 지역 독점체제로 바뀌기만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 요금이 많이 차이 나지 않는 이상 서울 중부와 강서, 강북, 인천과 경기 서부권 주민은 서울·용산역을 이용하고 서울 강남과 강동, 경기 동부권 주민은 수서역에서 열차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토부도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

다만, 요금과 선로 사용료, 운행 횟수 및 선로 배분 등을 면허 조건과 선로 사용 계약을 통해 결정하므로 실질적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금 면에서는 수서발 KTX 회사의 요금을 초기에는 서울·용산발에 비해 10% 정도 낮게 책정할 계획으로 이후에는 두 회사가 요금인하 경쟁을 벌이게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구상이다.

국토부는 철도 서비스와 안전을 주기적으로 평가해 우수 운영자에게 피크타임 운영을 확대하고 선로 배분을 추가하며 선로 사용료를 할인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자회사인 수서발 운영사가 모회사인 코레일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부당한 경영 간섭은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욱 철도국장은 "면허 자체가 자회사 앞으로 별도로 나간다"면서 "별도의 사업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코레일이 (수서발 KTX에 불리한) 불공정 행위를 하면 정부가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코레일과 수서발 자회사 간의 기능 중복으로 일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은 시인하면서도 경쟁으로 비효율이 줄어드는 부분이 훨씬 크다면서 차량 정비 등 코레일의 기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복 비용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