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억원짜리 위조수표 사기사건 용의자 수배전단

원주인 진본 안보여줬는데
가짜로 지점장 결재까지
경찰조차 범행수법 못밝혀

핵심 관련자 60대 검거
용의자 3명은 '공개수배'


수원에서 발생한 100억원짜리 위조수표 사기사건(경인일보 6월 26일자 23면 보도)을 수사중인 경찰이 지난 25일 사건의 핵심 용의자 주모(62)씨를 붙잡고, 달아난 용의자 3명에 대해 공개수배를 내리는 등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위조수표가 국민은행의 수표감별을 통과하는 등 수표 위조 방식과 범행 과정에 많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경기지방경찰청은 타인이 발행한 100억원짜리 수표를 동일하게 위조, 은행에서 분산이체를 한 사기사건의 주범 최영길(61)과 공범 김영남(47), 김규범(47) 등 3명을 공개수배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KB국민은행 수원 정자점에서 대부업자 박모(45)씨의 수표와 일련번호가 같은 위조수표를 제시, 2개의 계좌에 50억원씩 분산이체 받는 등 범행을 주도한 혐의다.

최씨는 지난 1월 11일 국민은행에서 발급받은 1억110만원권 정상수표로 100억원짜리 위조수표를 만들었다.

최씨는 브로커를 통해 박씨를 만나 "회사를 인수하려 하는데 자금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며 "100억원짜리 수표를 갖고 있다가 내가 연락하면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에 맡겨 달라"며 일종의 예치증명인 에스크로 방식을 제안했다. 대가로는 7천2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박씨는 최씨에게 별다른 연락을 받지 못했고, 결국 지난 14일 자신의 수표를 들고 은행에 찾아갔지만 '이미 지급된 수표'라는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최씨에게 수표를 건네주지도,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박씨가 소유한 100억원짜리 수표의 일련번호와 액면금액은 가짜수표의 재료가 됐다. 경찰은 최씨가 진본수표의 일련번호 등을 어떻게 알아내 위조했는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최씨 등은 돈을 분산이체 받은 지난 12일, 단 하루 만에 서울지역 은행 10여곳을 돌며 100억원을 모두 인출했다.

인출책은 돈세탁을 위해 달러 67억원, 엔화 30억원, 원화 3억원 등으로 나눠 인출했고, 환전책은 은행과 사설환전소를 돌며 수표를 바꾸고 외화를 환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지난해 12월부터 범행에 개입한 주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주씨는 최씨와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또 경찰은 달아난 김영남, 김규범 등이 범행에 사용한 수표를 만드는 등 범행을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 간의 관계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육안은 물론 수표감별기를 통해서도 위조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고 지점장 결재를 거쳐 100억원짜리 수표로 정상 처리했다.

한편 경찰은 해외 도피와 밀항에 대비해 출국금지 및 항만 등지에서의 검문검색을 강화토록 유관기관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김태성·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