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께 이천시 마장면 장암1리. 수년째 양봉농사를 짓는 정광진(59)씨는 벌통 밑에 새카맣게 죽은 꿀벌들을 손으로 쓸어 모았다.
정씨의 꿀벌이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지난 2월로 봉장 바로 뒤편의 사격장 건설현장에 포클레인과 기중기들이 오가면서 한창 알을 낳아야 할 시기의 여왕벌이 죽어버렸고 일벌들은 난폭해졌다.
양봉농가가 1년 수익을 벌어들이는 5~6월에 정씨는 한숨만 내쉬어야했다.
군 사격장 건설로 밤나무·아카시아 나무 등 밀원 숲을 밀어버린 탓에 5월 중순부터 만들어지는 아카시아 꿀을 비롯해 잡화꿀·밤꿀 농사를 모조리 망쳤기 때문이다.
정씨는 "사격장 공사가 꿀벌을 다 죽이고 있다"며 "공사전에는 벌통 45개를 기준으로 20말(360ℓ)의 꿀을 거뜬히 거뒀지만, 요즘에는 꿀벌들이 전혀 꿀을 물고 들어오지 않아 2천만~3천만원 가량 손해를 봤다"고 성토했다.
농촌진흥청 윤형주 박사는 "꿀벌은 소음에 민감한데다 급작스런 환경 변화로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며 사격장 공사가 꿀벌의 집단 폐사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천시로 이전하는 특수전사령부와 제3공수여단 부대의 부속 시설인 사격장 건설로 인근 장암1리 주민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국방부와 LH는 내년 7월말까지 마장면 일대 355만5천㎡에 특수전사령부와 제3공수여단을 이전키로 하고 장암1리 뒷산 10만여㎡에 공용화기·자동화사격장을 조성중이다.
전체 25가구 48명의 주민이 사는 장암1리에 지난해 10월부터 사격장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공사 소음 피해는 물론 지가 하락 우려로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양봉업을 하는 농가들은 매일 죽어나가는 꿀벌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당국과 LH는 장암1리 주민들이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시공사인 대우건설 관계자는 "양봉업자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검토를 거친다면 보상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현재는 주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언제 다시 공사가 시작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한편 사격장 반경 200m 이내에 살고 있는 장암1리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달부터 국방부와 이천시청 앞에서 수시로 집회를 열고 있다.
/윤수경·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