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유업 피해대리점협의회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결사투쟁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협의회는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근절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남양유업과의 교섭을 전면 파기하고 고소·고발을 확대하는 등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연합뉴

지난 5월 초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의회 모임에 참석한 김모(52)씨는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우려 밖으로 나갔다. 마흔을 넘긴 두 남성이 어둠 속에서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다.

두 중년의 눈물을 본 김씨는 "내가 바보가 되더라도 남양유업의 '행패'는 세상에 알려야겠다"며 증거가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 5월 3일 과거 남양유업 본사 영업사원의 욕설과 '밀어내기' 증거가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고, 이는 남양유업의 횡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파일에 담긴 대화는 2010년 2월과 6월의 어느 날 녹음된 통화 내용이었다.

김씨는 30일 "일부러 녹음한 게 아니었다"며 "늘 있는 대화였는데 버튼을 누르는 과정에서 녹음이 됐고, 휴대전화를 교체하면서 녹음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도, 지금도 죄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파일 공개를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본사의 밀어내기와 이 '일상적'인 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녹음파일 유포 경위를 수사해온 경찰은 지난달 28일 "비방 목적보다는 공익성이 크다"며 김씨에 대해 불기소(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000년 6월 경기도 일산에서 남양유업 치즈대리점을 시작한 김씨는 본사의 제품 밀어내기로 매달 100만원씩 적자를 내다 2011년 사업을 접었다.

그러나 여전히 오전에는 아직 버리지 못한 거래처 몇 곳을 돌며 제품을 팔고 있다고 했다. 오후엔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번다.

그는 남양유업의 행태에 대해서는 울분을 토하면서도 여전히 제품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은 듯했다.

"남양유업이 제품은 괜찮거든요. 먹어보면 알아요. 내가 그 품질 하나만 믿고 10년 넘게 일했는데 하는 짓을 보면 참…."

김씨와 비슷한 처지의 대리점주들이 모인 피해대리점협의회는 재발방지책 마련과 피해보상 등을 놓고 남양유업과 교섭 중이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는 "남양유업은 겉으론 뉘우치는 모습이지만 교섭내용을 보면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