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당국간실무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7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16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열린 개성공단 실무회담 종료회의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판문점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개성공단에서 10일 열리는 남북 당국간 후속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로 발생한 기업들의 피해 보상 문제와 관련, 어느 수준의 요구를 북측에 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6일 판문점에서 열린 실무회담 기조발언을 통해 개성공단 기업의 피해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북측에 요구한 바 있다.

3개월 이상 이어진 가동중단 사태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신고된 액수로는 1조566억원이며, 증빙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피해 금액만 해도 7천67억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공단 재가동이 이뤄지면 기업들의 순 피해 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들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짚고 넘어간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기업들에 다시 개성공단에서 공장 가동을 재개해도 된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뜩이나 현금이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 '직접 보상'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북한은 대북 식량차관의 경우 우리 측이 수차례 원리금 상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인 상태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찬호 변호사는 9일 "북한으로부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귀책사유가 전제돼야 하는데 북한이 이를 인정해 손해 배상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투자나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기업들의 피해보상을 직접 요구해서 관철하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문서화할 수 있는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번 사태와 같이 정치·군사적인 문제로 또다시 일방적인 통행을 차단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이런 측면에서 재차 이런 일이 있을 경우에는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합의문에 담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부가 기업들의 피해보상 문제를 강하게 거론하는 대신 신변안전 보장 및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 개선, 개성공단의 국제화에 대한 공동 노력 등의 방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유사사태의 재발방지 효과를 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임 교수는 "북한이 3통 문제만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면 그 자체가 북한이 앞으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