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등 염두에 뒀을수도
자수동기·친구 정체 의문
전과·정신병력없이 평범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사이코패스 가능성 조사
영화에나 나올 법한 끔찍한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친구와 휴식차 모텔에 들어간 한 10대 남성이 30여시간 만에 분해한 10대 여성의 시신을 들고 모텔 밖으로 유유히 빠져나왔다.
용인의 한 모텔에서 1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잔혹한 범행수법에 수사팀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특히 범죄전력과 정신병력이 없는 평범한 10대가 맨정신에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는 일로 여겨지고 있다.
■ 곳곳에 남는 의문
= 심모(19)군은 경찰 조사에서 김모(17)양을 성폭행하려다 저항하자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곧 성폭행을 한 뒤 김양이 신고하겠다고 하자 겁이 나서 살해했다고 번복하는 등 살해 동기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시신 훼손의 이유도 명확지 않다. 심군은 범행사실을 감추려고 시신 훼손의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신 훼손에 사용했던 공업용 커터칼을 범행 이전에 미리 구입한 점, 김장용 봉지까지 준비해 분해한 사체를 나눠 담은 점 등에 미뤄 당초 심군이 살해 혹은 시신 해체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은 사체 훼손이 이뤄진 욕실 내부가 혈흔 하나없이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치밀함을 보인 심군이 모텔을 빠져나간 지 10시간 만에 경찰에 자수한 것도 의문이다.
경찰조사에서 심군은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고, 친구 최모(19)군이 자수를 권했다고 진술했지만 치밀한 범행수법에 비해 자수동기가 너무 단순하다.
심군의 친구 최군의 정체도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경찰은 최군이 살해 이전에 현장을 떠난 점에 근거해 실제 범행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범행 직전까지 현장에 함께 있었던 데다 심군에게 자수를 권유했고, 함께 경찰서를 찾았다는 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시신 해체에 사용한 공업용 커터칼은 날 길이가 7~8㎝에 불과하다. 이런 칼로 시신 해체가 과연 가능한지도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 심군은 할머니, 부모, 형과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의 둘째 아들이다. 학교생활 부적응 탓에 2년 전 고등학교를 그만뒀고, 현재 분당의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심군은 10시간이 넘는 시신 해체 작업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맨정신' 상태였다. 전과나 정신병력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지난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한 차례 자살을 기도한 적은 있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평소 시신 훼손 등의 내용을 다룬 영화 '호스텔' 등을 보면서 "나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진술하고 있다.
심군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차분히 사체 해부 방법을 찾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 "당시 내가 살아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밝히는 등 담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은 심군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추후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 숨진 김양은?
= 싱가포르에 사는 부모가 김양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9일 오후 8시10분께 경찰에 미귀가 신고했다.
고등학생 때 부모를 따라 싱가포르에 함께 간 김양은 현지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귀국한 뒤 용인의 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생활해 왔다.
학교는 다니지 않았다. 김양의 외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딸이 걱정된다는 김양 부모의 연락을 받고 사건 발생 전날인 7일께 지방에서 올라와 김양의 집에 머물러온 것으로 조사됐다.
/황성규·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