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연합뉴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황보건설 황보연 대표에게서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10일 구속 수감됐다. 1998년 국정원 출범 이후 전직 국정원장이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인다"며 구속영장을 이날 오전 발부했다.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곧바로 구속영장을 집행해 원 전 원장을 이날 11시 20분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원 전 원장은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전 "현금을 받은 부분은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억울한 점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것은 말 안 하겠습니다"라고 답한 뒤 대기 중이던 검찰 차량에 올라탔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배경에는 검찰이 제시한 황보건설의 '비자금 장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황 대표의 비서를 조사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부를 확보했다. 또 황 대표의 개인 수첩도 확보해 두 사람이 만난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특정했다. 매번 만남에 앞서 거액의 현금이 인출된 흔적도 발견했다. 특히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이 '홈플러스 인천 무의도 연수원 건립 과정에서 산림청 인허가를 받게 해 달라고 원 전 원장이 부탁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만큼 대가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황보건설은 홈플러스 연수원의 토목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물증과 제3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혐의가 명백한 만큼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주장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검찰 수사는 원 전 원장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적 영향력 행사 및 추가 금품 수수 여부를 규명하는 쪽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구속함에 따라 앞으로 황보건설의 공사 수주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황씨로부터 받은 금품이 더 있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아울러 원 전 원장으로부터 황보건설에 관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원청업체나 공무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치소로 향하는 차량 안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