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넘게 장맛비가 계속된 11일 오후 경기도내 A공공기관. 실내온도는 31도에 습도 70%로 그야말로 찜통을 방불케 했다.

냉방기기는 작동하지 않고 천장에 달린 전등의 절반은 꺼두다보니 어두침침해 그 밑에서 서류를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해 찌는 더위를 참아가면서 말그대로 억지로 쥐어짜 정부의 '5% 전력사용량 감축' 지침을 지킨 이 기관은 올들어 전년 대비 또다시 15%를 감축해야 하다보니 웬만한 전기설비 전원은 끌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 2년동안 여름 전력사용 피크시즌에 25% 전력감축에 성공한 B공공기관의 관계자는 "계속된 공공기관 절전 지시로 어떻게든 직원들의 전력소비량을 줄이고 있다"면서도 "무리한 절전으로 이젠 정수기와 냉장고마저 꺼야할 판이라는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지난 2011년 갑작스런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 이후 공공기관에 대해 해마다 획일적인 전력사용량 감축을 지시한 것을 두고 현실성 없는 강제 규정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무조건 줄이고 보자는 식의 절감 대책으로 본연의 업무마저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국 공공기관에 7~8월 전력사용량을 전년동월 대비 15%를 낮추라는 내용의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내려보냈다.

전력사용량이 100㎾가 넘는 공공기관은 전력피크 시간인 오후 2~5시 사이 전력사용량을 무려 20% 감축해야 한다.

산업부는 지난 2011년 블랙아웃 이후 공공기관에 대해 매년 5% 전력 사용 절감을 시행해오다 올해부터 감축량을 늘리고 현장 점검 및 미준수 기관에 대한 벌금을 부과키로 하는 등 강제성을 크게 강화했다.

이와관련 공공기관 업무 특성상 해마다 늘어나는 하드디스크, 램 등 전산화 장비 수요에 따른 전력 사용도 함께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대책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분야의 절전대책을 시행하면서 공공부문을 쥐어짜지 않으면 국민 공감대를 얻을 수 없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권순정·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