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시 정사갤에서 벌어진 보수, 진보 논쟁이 살인사건으로 비화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인일보 DB
온라인 상에서 벌어진 보수, 진보 논쟁이 살인사건으로 비화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17일 살인 혐의로 백모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백모(30)씨는 지난 10일 오후 9시 10분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모 아파트 김모(30·여)씨의 집 앞에서 흉기로 김씨의 배 등을 9군데나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씨와 김씨는 정치, 사회 문제와 관련해 네티즌들이 인터넷상 상에서 글을 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정치 사회 갤러리'(이하 '정사갤')의 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2010년부터 이 사이트에서 진보 성향의 글을 함께 올리며 모 채팅 사이트 아이디를 알려줄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지난해 김씨가 보수 성향으로 돌아서면서 사이가 틀어졌다.

백씨는 주로 고(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고 김씨는 이를 반박하는 글로 맞섰다. 이들의 대립은 서로 욕설과 비방전을 펼치면서 감정이 격화됐고, 이에 백씨는 3개월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광주에 사는 백씨는 이후 채팅 사이트를 통해 김씨의 주거지를 알아냈고, 흉기 2개를 구입해 지난 5일 부산으로 갔다.

백씨는 5일간 찜찔방과 모텔에 머물면서 김씨의 집 근처를 3~4차례 답사하고 채팅 사이트를 통해 동선을 파악한 뒤 범행 당일 집을 나서는 김씨를 무참히 살해했다.

백씨는 또 범행 후 5시간 만인 지난 11일 오전 2시께 김씨를 살해했다는 것을 암시하는 패러디물을 '정사갤'에 올리기도 했다.

백씨는 범행 후 모텔에 은신하고 있었으나 도주로에 있는 CCTV를 통해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파악한 경찰에게 6일 만인 지난 16일 오후 9시 45분쯤 붙잡혔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는 일반적인 범죄자와 달리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옷 등을 그대로 갖고 있었고 죄의식을 거의 느끼지 않는 듯 당당하게 범행 과정을 설명하는 등 사이코패스를 연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