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밖 떨어뜨리거나
감금한 사실 입증 못한다"
유가족 재판 끝나자 오열


승용차를 함께 타고 가던 동업자를 고속도로 한가운데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경인일보 2월 18일자 22면 보도)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 대다수는 유죄 평결을 내렸지만, 재판부는 '감금'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남기주)는 17일 살인 및 감금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5)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감금 부분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 감금치사는 감금이 전제돼야만 성립할 수 있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재판은 직접 증거 없이 오직 피고인의 진술과 정황만으로 진실을 가려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설 연휴 하루 전이던 지난 2월 8일 오후 6시54분께 신공항고속도로 인천공항 방면 15.4㎞ 지점에서 SM5 승용차 한 대가 2~3회 흔들리다 서행했다.

이때 차량 조수석에 타고 있던 사업가 B(57)씨가 차량 바깥으로 떨어졌고, 갓길에 누워있던 B씨는 2분 뒤 다른 차량에 치여 숨졌다.

SM5 차량 운전자는 B씨의 20년지기 동업자인 A씨. 그는 사고 50분 뒤 현장으로 돌아와 "B씨가 갑자기 영종도에 가기 싫다며 택시 타고 집에 간다길래 길가에 내려줬는데, 걱정이 돼 다시 돌아왔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A씨가 B씨에게서 60억원짜리 땅을 매입하면서 계약금 3억원만 지급하고 잔금지급을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감금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숨진 B씨가 영하 15℃의 추운 날씨에 맨발에 슬리퍼 차림으로 외출을 했다는 사실과 서로 사업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같은 차량을 타고 있었다는 사실과 A씨가 범인이라는 정황만 있을 뿐, A씨가 B씨를 차량 바깥으로 밀었다거나(살인) B씨가 신변에 위협을 느껴 달리는 차량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다(감금치사)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최초 경찰 진술을 뒤집고 "운전을 하다 갑자기 술이 먹고 싶어져 갖고 있던 소주를 마셨고, B씨가 소주병을 빼앗으면서 차에서 내려달라고 해 속도를 줄였다.

천천히 달리는 상황에서 B씨가 스스로 뛰어내려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차량에선 소주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날 배심원 7명 중 5명은 A씨의 진술이 믿기 어렵고 정황상 감금치사가 인정된다며 A씨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감금'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새벽 2시가 넘도록 재판과정을 지켜보던 B씨 유가족들은 무죄판결에 오열했다.

B씨의 아들(26)은 "법은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배심원 대다수도 유죄로 판단했는데, 결국 돌아가신 아버지만 억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