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들이 내놓은 공약 이행률이 도마에 올랐다. 민선5기 3년을 갓 넘긴 시점에서 단체장들이 그간의 치적을 대내외에 홍보하는 행위를 뭐라 탓할 수는 없다. 지역 주요 현안의 추진 상황을 주민들에게 소상히 알리는 건 어쩌면 민선 단체장의 당연한 책무일 수도 있다. 단체장들이 선거에서 약속했던 사항들은 대개 그 지역의 숙원사업이니 주민들도 그 진행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문제는 경기 인천지역 기초단체장들이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겨 내놓은 성적표가 하나같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점이다. 96%니 93%니 하고 발표한 공약이행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절로 실소가 나온다. 공약 이행이 완료됐다는 사업이래야 대부분 자잘한 소규모 사업들이고, 정작 대규모 숙원사업들은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도 건수만 따져 90점 이상의 성적표를 만들어냈다. 이도 모자라 현재 진척률이 5%대, 10%대에 불과한 사업들까지 이미 공약이행이 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배점 10점짜리 주요 문제는 아예 풀지 못한채 배점 1~2점짜리 기본문제만 몇개 풀어놓고 우등생 점수를 받았다고 우쭐거리는 모양새니 아전인수도 이쯤되면 뻔뻔스러움에 가깝다.

공약이행률은 선출직들이 임기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잣대다. 그러나 대통령이든 시장·군수든 선거때 제시한 공약을 100% 완수해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예산확보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정책 수정 등 여건 변화의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 역시 선출직들의 공약이 100% 지켜지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100% 지켜져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어째서 그랬는지, 늦어지고 있다면 왜 그랬는지 그 합리적 이유를 알 권리는 있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선출직들이 해야할 것은 바로 이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일이다. 현실적인 여건상 추진이 어렵다면 공약을 수정할 수도 있고 기일을 늦출 수도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공약을 접어야 한다면 이 역시 주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1년 남짓 남은 지방선거를 겨냥해 어쭙잖은 숫자놀음으로 치적을 뻥튀기하는 것은 주민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오만이다. 유권자들은 그렇게 만만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