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느냐'로 시작된 NLL 대화록 공방이 22일 '대화록 증발'로 막을 내리면서 여야의 정치적 득실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치적 행위에 따른 결과를 수치화하기도 힘들고, 어느 시점을 승패의 기준으로 하느냐라는 변수도 있지만 일단 외견상 득을 본 쪽은 새누리당으로 여겨진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상황을 대화록 공개·열람 국면을 거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거나 적어도 대등한 쪽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또 '대화록 원본 증발'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 덤까지 챙기며, 참여정부에 대한 '사초(史草) 폐기 책임'과 '검찰수사 의뢰'를 주장할 수 있는 공세적 위치에 서게 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 보관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이 문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것은 중·장기적으로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는 여론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도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과연 '전쟁'에서 승리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남긴다.

민주당은 일견 실(失)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NLL 대화록 공방에 치중하면서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을 집중 부각시켜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많다. 비싼 '기회비용'을 치른 것은 물론이고, '사초 폐기 논란'의 덤터기까지 쓰게 됐다.

특히 대화록 공방 국면을 거치면서 당내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동하면서 내부 균열과 갈등을 노정한 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대선 패배 이후 '자숙 모드'였던 친노(친노무현) 진영 인사들이 당의 전면에 나서면서, 김한길 대표를 주축으로 한 비주류 당 지도부와 정국대응에 대한 견해차를 자주 드러낸 것이 효과적인 정국대응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대화록 실종'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기는 했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본다는 여론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게 형성된 것은 민주당에는 고무적인 일이다. 이 문제를 놓고는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어서 더 이상 정치공방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항체'를 확보한 측면이 있어서다.

또한 대화록 정국을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대결구도로 끌어가면서 야권내 주도권 경쟁에 불을 댕기려던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존재감을 떨어뜨린 것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무시못할 '플러스 효과'다.

그러나 여야간에 이처럼 득실이 교차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패자인 소득없는 싸움을 벌였다는 여론의 냉정한 평가를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정당들 사이의 정치공학적 셈법과 민심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NLL 대화록 공방이라는 '과거의 의제'에 매달림으로써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민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은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냉소주의를 키웠다는 질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야할 역사적 기록이 강제적인 방법에 의해 서둘러 봉인해제되는 절차를 밟았다는 점을 비판하는 여론도 많다. 가장 까다로운 의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거치는 방법을 통해 굳이 대화록을 열어보려한 시도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명지대 신 율 교수는 "얼핏 보기에 새누리당이 조금 더 이득을 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똑같이 루저"라면서 "이렇게 되면 제3의 정치권,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설령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NLL문제를 먼저 꺼내 소모적인 정쟁을 장기화했다는 점에 책임이 있고, 민주당은 저자세 외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