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발표한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방안이 시행되면 부동산시장에 어느 정도 활력이 생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과잉 공급된 주택 물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 자체가 집값 하락과 시장 왜곡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도 할인 분양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고 있다.
그러나 물량 축소 방안은 시장에 알려진 대책인데다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과제여서 시장 추세를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요자들 입장에선 부동산시장 변화를 당장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 시장 살리기 정부 의지 확인…투자심리 호전에 "긍정적"
정부는 수도권 공공주택개발사업 물량을 시장 상황에 맞게 축소하고 민간 주택공급량도 조절하기로 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4·1부동산대책 후속조치 발표 브리핑에서 "수도권 초과 공급 상황은 상당히 심각하다.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는 한 세제지원만으로 (시장을 살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 대책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공공주택개발사업 물량 축소와 민간 주택공급량 조정 등은 정부가 시장 활성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부동산 심리 호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급 물량을 줄여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시장에 전달돼 어느 정도 주택 가격 하락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미국도 공급 축소 방안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며 "물량 축소는 우리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간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분양 주택을 리츠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운용 후 매각하는 방안은 건설업계 골칫거리인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모기지 보증을 도입해 민간 건설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전세로 활용하는 방안은 전세시장 불안을 없애고 건설사의 자금난도 더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개발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리츠의 미분양주택 매입 방안과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전세로 돌리는 방안은 미분양주택 해소와 전·월세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건설사는 자금난을 덜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시기를 1∼2개월 앞당기는 방안도 전·월세시장 안정에 긍정적이다. 올해 하반기 전국 입주 아파트 물량은 10만가구로 예년보다 적다. 작년부터 매년 입주 물량이 20만가구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전세 수급 안정을 위한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매매 활성화·본격 상승 추세 전환은 어려워"
정부는 이번 대책 효과가 당장 9월부터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도태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시장에 수도권 공급 물량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줄 수 있다"며 "물량이 줄어들어 기존주택 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며 이번 제도 시행 효과는 9월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과 건설업계는 그러나 이번 방안으로 침체에 빠진 시장 분위기를 돌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공공 물량 축소 등 공급 조절 방안은 이미 시장에 알려진데다 장기 추진 과제여서 당장 매매 활성화와 상승추세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량을 줄여야 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지만, 공급 물량 축소 방안은 시장에서 알려진 내용이며 물량 조절도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이 바로 상승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팀장은 "공급 축소는 장기적으로 시장을 견고하게 유지하자는 의지로 봐야지, 당장 시장 분위기를 전환할 만한 호재는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는 공급 축소 방안보다 취득세 인하 등 세제혜택이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