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3년 7월 27일 북한 공산군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전쟁의 포성이 그치고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북한의 휴전선과 해상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남 무력도발이 자행되고 있는 한 전쟁이 종전이 아닌 휴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육군 제28보병사단 무적태풍부대 최전방 철책 부근에 내걸린 녹슨 헬멧이 당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태황기자
실탄·수류탄 지급받은 병사
2㎞ 앞의 北 향해 경계 근무

짙은 안개속 휴전선만 우뚝
평화와 긴장 '불안한 공존'


정전협정 60주년을 3일 앞둔 지난 24일, 경인일보 기자가 1박2일간 연천에 위치한 28사단 무적태풍부대를 찾아 긴장 속 철통근무에 임하고 있는 국군장병들과 함께 경계근무를 했다. ┃편집자주

시계가 오후 11시를 가리킨다. 육군 제28보병사단 무적태풍부대 소속 안승환(23) 상병은 여느때처럼 졸린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깬다. 잠을 청한지 꼭 3시간만이다.

대한민국 중서부전선 최전방 경계를 맡고 있는 그로서는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다. 긴장 속 쪽잠은 어느덧 그의 일상이 됐다.

군장을 챙기고 내무반을 나와 실탄과 수류탄을 지급받는다. 이젠 실전이다. 입가에 머금던 하품이 싹 가신다.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철책선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남쪽 철책선으로부터 북한군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단 2㎞.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철책선 너머를 주시하는 안 상병의 눈빛은 매섭게 빛났다.

자정이 지나고, 철책 점검을 마친 안 상병은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시작했다. 한여름의 날씨지만 북에서 넘어오는 밤바람은 사뭇 차갑다.

모기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은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 손에 총을 든 그는 한치의 움직임도 없었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미세한 빛의 떨림, 바람 소리는 물론 공기 냄새까지도 촉각을 세우며 경계근무는 계속됐다.

해가 뜨고 새 근무조가 투입되고서야 안 상병은 초소를 빠져나왔다. 사용하지 않은 실탄과 수류탄을 반납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상병은 "오늘밤에도 적의 도발 없이 안전하게 지나가서 다행"이라며 "내 등 뒤에 있는 5천만 국민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철통경계근무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동이 트고 새 날이 밝았다. 희망을 전해주는 아침해가 떠올랐지만 이 곳의 분위기는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여전히 적막하고 차갑다.

남북 정전협정 60주년을 정확히 이틀 앞둔 25일 아침, 마치 한치 앞도 모르는 남북관계처럼 DMZ 주변은 온통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차디찬 휴전선만이 우뚝 서있을 뿐이다.

안 상병이 근무를 섰던 초소에는 다른 장병이 대체됐다. 경계근무는 24시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장병들은 24시간 철책 주변을 돌며 국토수호를 위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북한을 주시하는 데는 1초의 예외도 휴식도 없었다.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듯.

/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