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포털 NHN이 만든 다국적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이 국내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비스 출시 2년여 만에 전 세계 가입자 3억명 돌파를 바라보는 라인은 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유럽과 남미에서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인이 특유의 콘텐츠 경쟁력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 전 세계 라인 열풍…일부 국가에서 페이스북보다 인기

28일 모바일 데이터 모니터링업체 오나보(Onavo)가 내놓은 분석을 보면 애플의 iOS(운영체제) 사용자 기준으로 라인의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44%에 달한다. 가입자가 무려 4천500만명으로 국가별로도 가장 많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선점한 대형 메신저 페이스북(15%)과 왓츠앱(6%) 점유율의 3∼7배 수준이다.

이달 초 참의원 선거에서는 라인이 온라인 선거 운동의 중심 매체로 급부상했다.

인터넷 선거 운동이 허용되고 나서 처음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라인은 각 정당에 공식 계정을 제공하며 더욱 인지도를 높였다.

마이니치신문은 "공명당과 자민당을 비롯한 5개 정당의 공식 계정에 가입한 이용자는 계정 공급 2개월 만에 35만8천200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있는데도 라인이 일본에서 더 주목을 받는 것은 서로 휴대전화 번호나 등록 아이디(ID)를 아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비방·중상의 우려가 적다는 점이 작용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라인은 중국 시장에서도 점유율 4%로 페이스북(1%)을 앞질렀다.

인도에서는 서비스 출시 3주 만에 이용자 500만명(이하 누적기준)을 돌파했다.

대만과 태국에서는 가입자가 1천500만명에 이른다.

대만의 경우 스마트폰 이용자 1천200만명 중에 약 90%가 라인 톡을 기본 앱의 하나로 깔아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현지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비슷한 기능의 인스트라그램(Instragram)이라는 SNS 어플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면서 "인스트라그램은 주로 사진 공유 중심의 기능으로 청소년층에서 인기가 높고 채팅 기능이 강점인 라인은 폭넓은 연령층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이나 왓츠앱 같은 경쟁 서비스가 선점한 스페인 시장에서도 가입자 1천200만명을 넘은 지 오래다.

서반어 종주국인 스페인 시장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남미 지역에서도 가입자가 빠르게 느는 추세다.

NHN 관계자는 "지난 1월 전 세계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고 나서 6개월 만에 가입자 2억명을 넘을 수 있었던 것은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를 포함한 남미 시장에서의 급격한 성장세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점유율은 6%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계 1위 사업자인 카카오톡(88%)보다는 낮지만 페이스북(3%)이나 왓츠앱(2%)의 점유율을 웃돈다.

안드로이드 OS 시장에서도 라인 경쟁력은 돋보인다.

NHN에 따르면 라인 안드로이드 버전은 18일 기준 1억 내려받기(다운로드)를 돌파했다.

구글 플레이에서 1억 내려받기를 돌파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은 총 26개로 그 중 구글 연동 서비스 앱을 제외하면 12개 만이 1억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 인기 비결은…각국 문화적 특성 배려한 강력한 콘텐츠 경쟁력

토종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이 세계의 거대 경쟁 업체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현지 문화와 사정을 영리하게 파고든 특유의 '콘텐츠 파워' 덕분이다.

NHN의 일본 현지 법인 라인주식회사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3개월 만이자 개발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라인을 시장에 내놓았다.

지진 때문에 유선 통신망이 단절되자 가족과 지인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애간장을 태웠던 일본인들이 인터넷망을 이용한 무선 통신의 힘을 깨닫기 시작한 시점을 틈탔던 것이다.

무엇보다 라인의 콘텐츠 경쟁력은 시장 진출을 성공으로 이끄는 열쇠가 됐다.

NHN은 자체 개발한 코니, 문, 브라운 같은 캐릭터 스티커를 각국 기업이나 전통문화와 결합해 맞춤형 시장 공략 전략을 썼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종교적 의식기간인 라마단에는 그에 걸맞은 복장을 입고 행동을 하는 라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태국에서는 타이 항공의 마스코트를 라인 스티커로 만들었고, 일본에서는 유명 편의점 체인의 마스코트를 스티커로 만들어 홍보에 활용하도록 했다.

현지 기업과 손을 잡고 공동 홍보·영업을 하면서 비용절감과 빠른 인지도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노린 것이다.

이종원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에 없었던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캐릭터 스티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16개국 언어로 서비스할 수 있는 점도 빠른 현지화를 도운 요인이었다.

라인의 성공적인 현지화에는 개발 과정에서부터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를 참여시킨 전략도 한몫했다.

라인은 국내 포털인 NHN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개발 과정에는 한국인 외에도 일본, 미국, 중국 같은 다양한 국적의 개발자가 참여했다.

각국 사정에 훤한 개발자가 알아서 자신의 모국어 서비스를 만들고, 출신 국가와 지역에 맞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고 홍보를 하면서 여러 국가로 신속히 퍼져 나갈 수 있었다.



◇ 연말 가입자 전망 3억명…남은 과제는

라인은 1월에 전 세계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지 6개월 만인 7월 21일 가입자 2억 명을 달성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연말 가입자 3억명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다만, 라인이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유럽과 북미 같은 선진 시장에서 낮은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극복하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조성완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라인은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 시장에서 1% 이하의 낮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 아직은 아시아 시장에 한정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조급한 시장 확산을 노리기보다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지위를 더 확고히 다지고서 서서히 선진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종원 연구원은 "북미처럼 선점 업체가 있는 시장을 직접 뚫기보다 아시아 시장에 교두보를 다져놓고 일정 수준 이상의 트래픽(전송량)을 확보하고 확장을 하는 게 좋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라인 수익성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라인의 2분기 매출이 9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분기 매출(684억원)보다 35.7%가 증가한 값이다.

라인 매출은 공식 통계가 잡히는 최근 2분기 동안 분기마다 30% 이상씩 늘었다.

하나대투증권 황승택 연구원은 "탄탄한 매출 증가가 이어지고 있어 2분기에는 시장 평균 전망치인 900억원을 웃도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방콕·도쿄·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