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대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모두 내년 6월 지방선거부터 시·군·구청장과 시·군·구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가평군수를 비롯한 기초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았고, 지금까지 대선 약속이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26일 이같은 내용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새누리당이 환영 입장을 밝혔으나 실상은 실현될지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했지만 현역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등 거쳐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이다.
불은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이 지폈다.
그는 29일 민주당의 당론 결정을 계기로 기초단체선거의 공천폐지 움직임이 이는 것과 관련해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며 정치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재검토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당공천제의 문제점만 주목하지 말고 후유증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당공천 폐지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검증 후보 난립에 따른 유권자 혼란 및 변별력 상실 ▲현실적 인지도 차이에 따른 현역 및 토호세력 유리 ▲정치신인과 여성의 높은 진입장벽에 따른 권력 선순환 동력 상실 등을 우려했다.
정 최고위원은 특히 정당공천 폐지의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고 "위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내천(內薦)'이라 할 수 있는 정당표방제를 실시하더라도 그것 역시 편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공천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필수요소"라며 "과도한 실적주의 탓에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때 다른 최고위원들은 누구 한 명 반대 논리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요 당직자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공천제 폐지를 결정했지만 국회의원들은 누구도 실현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입을 닫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선때 무공천을 약속했기 때문에 지금 바로 약속을 깰 수 없기 때문에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속내를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황우여 대표는 이와 관련, "대선 공약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속에 오는 8월말까지 절차를 거쳐 당론을 정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최경환 대표는 황 대표와 달리 이같은 문제가 새누리당의 당론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등 또다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정의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