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학생들이 동아리를 탈퇴하려는 신입생들을 각목으로 구타해 물의를 빚은 한 대학 역도부 동아리의 존폐 논란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학생회가 해당 동아리를 폐부 조치하려는 투표를 진행하자 역도부가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4일 인하대에 따르면 최근 이 대학 동아리연합회는 인천지법 민사21부로부터 심문기일통지서, 준비명령 등본, 가처분 신청서 부본을 받았다.

가처분 신청서 부본에는 '폭행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동아리 활동이 마비되지 않았으므로 동아리 회칙에 따른 제명 조치는 적절치 않다'는 역도부 측의 주장이 담겼다.

지난 3월 당시 역도부장 A(26)씨는 동아리 탈퇴 의사를 밝힌 신입생을 각목으로 50여 대 때렸다. 전날 다른 신입생 2명도 훈련부장 B(25)씨로부터 50대씩을 맞고 동아리를 탈퇴했다.

이후 4월 초 각목 폭행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이 대학 동아리연합회는 즉각 회의를 열고 역도부 동아리를 제명 조치했지만, 역도부 측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해 제명 조치는 철회되고 봉사활동 200시간으로 학생회 징계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폭력을 휘두른 동아리를 폐부 조치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반발하자 학생회 측은 다시 역도부 폐부 여부를 묻는 대표자 회의를 준비했다. 그러자 역도부는 지난달 19일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서를 냈다.

대학 동아리의 폐부 여부를 두고 민사 소송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인하대 역도부 동아리가 50년 전통을 갖고 있고 동아리 출신 졸업생들의 학내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963년 만들어진 인하대 역도부 동아리는 현재 500여 명의 동문이 활동하고 있으며 모교에 5억∼6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내왔다.

역도부 동문회인 역우회의 한 관계자는 "소송 비용은 역우회가 부담했다"며 "폭력을 쓴 후배들이 잘못은 했지만 학생회가 이미 봉사활동이라는 징계를 내려놓고 다시 뒤집어 폐부까지 하려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학생회와 역도부 양측은 법원 심리를 앞둔 상황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현 역도부장 윤모(23)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할 말이 없다"며 "역도부의 입장이 정리되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하대 학생들은 폭력 사건을 일으킨 동아리가 법정 소송까지 하며 나선 것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인하대 재학생 조모(27)씨는 "학내에서 각목으로 후배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려 놓고도 폐부 조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 법적 소송까지 벌이는 역도부의 행태를 보니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재학생 최모(21·여)씨도 "한두 대도 아니고 50대씩이나 각목으로 후배를 때린 동아리가 계속 활동하는 것은 학교 이름에 먹칠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하대 역도부가 동아리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가처분신청의 첫 심리는 오는 8일 오전 인천지법 418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