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으로 뇌물을 받은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됐다. CJ 사건으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이미 구속된 데 이어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오른 서울청장은 스스로 옷을 벗었다. 국세청은 그 어느 기관보다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독 국세청은 국세청장이 전·현직 할것없이 법의 심판을 받은 적이 몇번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청탁 대가로 고가의 강남 아파트를 뇌물로 받은 국세청장도 있었다. 올초에는 서울국세청 조사국의 직원들이 7개 기업으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받아 나눠 가졌다가 적발됐다. 이정도면 부조리가 국세청의 관행이며 조직문화로 정착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요즘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고 '부패공화국'이라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줄기세포업체로부터 부실 회계 문제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5억원을 받아 챙긴 금융감독원 간부, 산업재해가 아닌 사고를 산재로 승인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근로복지공단 전·현직 직원들,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부품 등의 납품을 주선하거나 한수원 고위직 인사 청탁을 대가로 여러 업체 등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원전브로커. 심지어 원전 비리와 관련돼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의 집에서는 5만원권으로 6억 원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다. 우리의 원전비리를 보도한 뉴욕타임즈는 '최근 수 주 간 공급업체와 시험기관 간의 유착 구조는 마피아에 비견되는 상'이라며 '관계자들의 학연과 지연은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의 사슬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다양한 산업에서 뇌물이 작용하도록 기름을 치는 관계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은 결국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 3월 홍콩 소재 컨설팅 회사인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가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호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각국 부패 정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전체 17개국 중 여덟째로 부패한 나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태국 보다 더 부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작년 말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도 한국은 조사 대상 175개국 중 45위였다. 부끄러운 순위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은 분명 부패공화국이 맞다.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무조건 처벌하자는 김영란법을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