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도입됐던 '주택성능등급표시제'가 허술한 관련 법률 정비로 인해 표시의무가 없이 껍데기만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6년부터 2천세대(2008년부터는 1천세대) 이상 주택사업 승인을 받은 건설사가 한국감정원 등 5개 성능등급 인정기관에서 소음, 구조, 환경, 생활환경, 화재·소방 등급 5개 분야 27개 세부항목에 대해 평가받아 1~4등급을 입주자 모집공고 때 표시하도록 의무화한 주택성능등급표시제가 시행됐다.

또한 국토부는 주택법의 주택성능등급표시제가 건축법의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와 대상과 인증기준이 중복돼 하나로 통합하라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지난 1월 주택성능표시 의무 대상을 1천세대 이상에서 50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의 '녹색건축인증제(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로 통합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8일 고시된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은 공공기관 건축물의 녹색건축인증취득 의무 대상 규모를 연면적 1만㎡ 이상에서 3천㎡ 이상으로 확대한 내용만 포함되고 500세대 이상의 주택사업은 제외됐다.

이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국토부가 주택성능표시제 근거 조항인 주택법 21조의 2(주택성능등급의 표시 등)를 삭제했지만 2월 23일부터 시행된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에 의무화를 위한 근거 조항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의무적으로 주택성능등급을 표시해야만 했던 민간사업자는 다시 법 개정이 될 때까지 녹색건축인증을 표시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공백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 입주자 대표 김규태 회장은 "주택성능등급표시보다 실제 소음등급이 낮게 나와 건설사에 이의를 제기해 보강을 받았다"며 "주무부처가 법의 공백기를 만들었다면 책임져야 한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최근 공백상황을 확인 후 녹색건축인증 표시를 의무화하기 위한 입법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권순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