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도화엔지니어링 김영윤(69) 전 회장을 8일 구속했다.

이날 오전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전휴재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씨가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접대비 등 현금성 지출을 회계 장부에서 누락하거나 임원들 월급을 상향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는 식으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는 그러나 이날 오전 열린 심문에서 "현금으로 지급한 직원 출장비 등을 회계처리하지 않았을 뿐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를 상대로 횡령한 자금의 용처를 캐물을 예정이다. 특히 이 중 일부를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각종 건설 공사의 설계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에 로비 자금으로 건넨 것은 아닌지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도화엔지니어링은 업계에서 4대강 사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체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때 관급 공사를 대량 수주하면서 2010년에는 3천2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미 도화엔지니어링 임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업체 측이 2009년∼2010년께 대우건설과 GS건설에 수억원씩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4대강 공사와는 상관이 없고 건설사 측에서 부풀려 지급한 돈을 반납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턴키 공사는 설계·감리업체들이 시공사인 건설사들과 함께 수주를 하는데, 이때 건설사들이 설계 비용을 부풀려 지급한 뒤 실제 설계비를 뺀 만큼을 되돌려받는다는 게 김씨 측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되돌려받은 자금을 컨소시엄에 참여한 회사들의 합동 현장 사무실 운영비(합사 비용)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사 운영비는 건설사들의 회계에 반영되지 않아 설계 비용을 부풀려 현장 경비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도화엔지니어링 관계자들과 해당 건설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주고받은 돈의 출처와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하도급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현대건설 토목사업본부 현장소장 한모(49)씨도 구속했다.

한씨에 대한 구속 전 심문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엄상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사안이 무겁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한씨는 2008년∼2012년 경기도 광교택지조성개발 2공구 현장에서 근무할 당시 하도급업체 I사로부터 시공상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검찰 조사에서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금액은 5억원이 안 된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서 받은 돈은 현장 산재처리 비용 등 경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씨와 하도급업체 간의 '돈거래'가 4대강 공사와는 무관해서 일단 이번 금품수수 건은 개인 비리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한씨를 상대로 받은 돈의 용처를 추적하고 추가 범행 가능성을 수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