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장애인 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안양시의 한 장애인복지시설과 관련, 시가 "장애인을 학대한다"는 제보를 받고도 한달 넘게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익요원 A씨는 지난 3월 18일 해당 복지시설에 배치받고 시설종사자들이 지적장애인들을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A씨는 다음날 공익요원을 관리하는 시 민방위팀 소속 공무원 B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B씨가 "증거가 있느냐"며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장애인들에 대한 폭행 사실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같은달 21일 동영상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도 B씨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4월 중순께 병무청과 상의해 A씨를 또다른 복지시설로 이전 배치했다.

이후 A씨는 지난 4월 29일 병무청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행해진 학대 사실을 알렸고 같은날 시 사회복지과에도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그제서야 사회복지과는 인권단체와 국가인권위 등에 관련 내용을 진정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행해지는 상황을 지켜본 A씨는 "마음이 아프다"며 근무지 이전을 요청해 지난달 5일 관내 한 방위산업체로 이전 배치돼 복무하고 있는 상태다.

실태조사에 착수한 국가인권위는 시설 요양보호사들이 2009년부터 최근까지 20여명의 지적장애인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자 2명을 지난 9일 검찰에 고발했다.

조사결과, 이들은 밥 먹는 속도가 느리거나 음식을 흘린다는 이유로 지적장애인들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훈육을 목적으로 만든 체벌방에 2∼3일씩 장애인들을 가둬놓기도 했다.

또 시설장은 안양시로부터 장애인 이용시설 보조금 2천700만원을 받았지만 이용시설 2곳 중 1곳은 실제 운영하지 않고 보조금만 받아 챙겼다.

장애인 보호자들에게 운영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이 중 300여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제보 묵살의혹에 대해 B씨는 "공익요원 A씨가 3월쯤 찾아오긴 했는데 허리가 아파서 근무가 힘들다며 이전 배치를 요청했을 뿐 학대나 폭행에 대해선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양/이석철·김종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