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5시35분께 김종률(51) 전 의원(현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이 한강에 투신해 자살한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소방당국이 한강에서 긴급 수색 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섬 수상레저 주차장에서 김 전 의원의 차량이 발견됐고 차량 안에는 김 전 의원의 휴대전화와 여벌 옷 등이 남아 있었다.
신고 현장 CCTV에는 오전 2시 20분께 잠수교 근처에서 김 전 의원의 그랜저 차량이, 오전 3시께 주차장에서 선착장으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김 의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찍혔다.
선착장에 세워진 요트 위에서 김 전 의원의 신발이 발견돼 경찰과 소방당국은 그가 한강에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잠수부를 투입해 수중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선착장 일대 수심이 6.4∼7m가량으로 깊고 최근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탁해 시야 확보가 잘되지 않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전 의원의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는 '미안하다,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에게 남긴 유서 외에도 김 전 의원이 남긴 '검찰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제목의 A4용지 2장 분량의 글에는 '검찰 조사로 모멸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서울남부지검에서 바이오 벤처기업 알앤엘바이오가 금융감독원 간부 윤모씨에게 5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11일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인 오후 11시께 충북 음성에 들러 모친을 잠시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한 지인에게 '죽고 싶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 메시지를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 김씨를 수색에 나서던 중 한강 둔치에서 김씨의 차량을 발견했다.
김 전 의원이 종적을 감춘 이날 오전 3시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족하고 어리석은 탓에 많은 분들에게 무거운 짐만 지웠다. 민주당과 당원동지들에게 한없이 미안하다"라며 처지를 비관하는 글을 남겼다.
앞서 김 전 의원은 알앤엘바이오 라정찬(50) 회장으로부터 받은 5억원을 윤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으며 윤씨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라 회장과 청주의 한 고교 동문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1일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이 알앤엘바이오측으로부터 받은 돈을 윤씨에게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챙겼다고 자백함에 따라 구속된 윤씨는 11일 무혐의 석방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의원이 처음부터 계획적인 '배달 사고'를 내 돈을 가로챈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구속된 이후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위원장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거짓 진술로 윤씨와 그 가족들에게 피해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하고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변호인과 상의하고 추가 조사를 받는다며 귀가했는데 불행한 소식을 전해들으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사법연수원 25기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 17대에 이어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9년 9월에는 단국대 부지 개발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은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전 의원은 원전 부품 관련 납품 청탁과 함께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8년에 벌금 1억2천만원, 추징금 4억2천400만원을 선고받았던 김종화(50) 전 한수원 부장의 형이다.
김 전 의원은 고리 2발전소(3·4호기)의 취·배수구 바닥판 교체공사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의 수사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경우 원전 비리 수사와는 무관하며 "조사한 적도 없고 조사할 계획도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