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에너지절약 안간힘
공무원 조명 끈채 찜질방 근무
은행들 퇴근 독려 자발적 동참
교총, 이례적 개학 연기 촉구
내달초까지 무더위 이어질듯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공공기관은 물론 학교, 금융권 등 거의 모든 곳에서 무더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대란으로 인해 '블랙아웃'까지 예견되는 상황에서 냉방기구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각 기관마다 에너지 절약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는 있지만, 그에 따른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 공무원들 '블랙아웃'

=정부가 최악의 전력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2~14일 전국 2만여 공공기관의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가운데 경찰서, 관공서 공무원들은 이틀째 폭염과 전쟁을 치렀다.

수원서부경찰서는 13일 최소한의 조명만 켜두고 컴컴한 가운데 업무를 처리했다. 냉방기의 가동을 전면 중지했으며 승강기 역시 사용을 중지시켰다.

경기도청과 경기도의회 역시 최소한의 전기만 남겨둔 채 소등하다보니 복도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도청 관계자는 "창문을 열어두어도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다보니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며 "몸 곳곳에 땀띠가 나서 피부과를 다녀온 직원부터 더위를 먹어 두통을 호소하는 직원까지 업무 효율이 최악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학교에서 에어컨 켜? 말아?

=13일까지 경기도내 개학을 마친 학교는 중학교 20곳, 고등학교 74곳에 달한다.

이 중 지난 12일 개학한 하남 덕풍중학교는 아침부터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 탓에 개학일부터 이틀째 에어컨을 가동중이다.

같은 날 개학한 수원 효원고교와 대평고교 등 대부분의 학교에서도 에어컨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력난은 국가 차원의 문제라 전력 사용을 줄이도록 수시로 권고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적용이 쉽진 않은 것 같다"며 "이번주만 잘 넘기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참기 힘든 폭염이 지속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이례적으로 개학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12일 교총은 "폭염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힘들 뿐만 아니라 자칫 학생들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주일 정도 개학을 연기할 것을 촉구한다"며 "탄력적 행정 조치를 통해, 찜통교실에서 수업해야 할 학생들과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했다.

■ 금융권도 에너지 절약 동참

=국가적인 전력비상사태에 전산망 다운을 걱정하는 은행권도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적극 동참하고 나선 분위기다.

우리금융지주는 전체 임직원에게 정시 퇴근을 지시하며 오후 7시 이전에는 전부 퇴근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또 전국 60여개 발전기 임대업체를 섭외해, 비상발전차량 2대를 계획정전지역이나 정전 예상지역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영업점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수도광열비, 소모품비, 차량유지비, 도서인쇄비, 통신운반비 등 5대 주요 절감대상 비용을 기준으로 '혹서기 에너지·물자절약운동 우수 사례'를 이달 말까지 공모해 시상금을 주고 있다.

각 은행들은 아파트, 상가 등 외부에 단독으로 위치한 현금자동인출기(ATM)는 냉방온도를 정부가 규제한 실내온도에 맞춰 26도로 제한해 설정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ATM기의 경우 냉방을 하지 않는 게 에너지를 아낄 수 있지만, 폭염으로 지친 고객들이 ATM기를 부수는 사례도 속출해 냉방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 폭염 언제까지?

=이번 찜통더위는 앞으로 일주일은 더 지속되며, 길게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오는 주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 소식이 있지만, 양이 적은 데다 국지성 호우가 예상돼 무더위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상청은 14일에도 중부지방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찜통더위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성규·윤수경·공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