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단 여야 협상모드 조성
원내대표단 '강공드라이브로'
비공개 최고위 회의 언성 높여
'황 눈치' 대변인 최 지시 무시
당사무처·의원 민생정치 외면
요즘 새누리당 속 사정을 들여다 보면 좀 뜨겁다. 연일 폭염이 내리쬐는 찜통 더위와 다를바 없을 정도다.
당 대표단과 원내대표단이 벌이는 신경전이 헤게모니 싸움이라도 하듯 경쟁이 치열하다.
당 운영 및 회의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서로 같은 당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색하고 마치 '딴나라당'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는 갈데까지 간 지도부의 모습을 여실히 보였다는 한 당직자의 하소연이 당 안팎에 전해졌다.
14일 세종시에서 현장 최고중진연석회의를 개최할 예정인데, 회의의 개최 여부를 놓고 황우여 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두 세차례 언성을 높이며 신경전을 벌였다는 후문이다.
좀처럼 화내지 않고 성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지만, 특히 미동도 하지 않는 황 대표의 표정에선 '결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사단은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야당의 거리집회 상황을 보고하면서 "(야당에 대한)국민 지지율이 약간씩 오르고 있다"고 하자, 원내사령탑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황 대표에게 "그러니 14일 잡혀 있는 세종시 현장 최고중진회의를 취소하고 야당의 거리집회에 대한 대응에 전념하자"고 전략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황 대표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럴수록 우리당은 현장으로 민생속으로 들어가 민생정당임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후 두 세 차례 핑퐁 논란을 벌였지만 황 대표의 의지를 꺾기 어려웠다고 한다.
항시 웃는 모습과 유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황 대표가 이날은 인상 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자 다른 최고위원들도 오싹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는 저간의 사정이 있다. 지난 주 원내대표단의 핵심 친박계(친박근혜계) 지도부와 핵심 당직자, 그리고 청와대의 한 실세 비서관이 회동을 갖는 자리에서 황 대표에 대한 성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대야전략'을 얘기하면서 황 대표가 나서면서 오히려 판을 깨고 있다는 비판을 늘어 놓았고, 이런 내용이 황 대표측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그동안 여야 대표 회담, 영수회담 제안 등 여야 협상모드를 조성해 왔지만, 원내대표단은 대야 전략에서 당과 사전 조율 없이 강공드라이브를 펼치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내년 6월 임기를 마치는 황 대표 입장에선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고, 미래의 권력으로 통칭되는 최 원내대표에겐 점차 힘이 실리면서 양 진영간에도 불신과 앙금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최 원내대표가 당 대변인에게 지시한 내용이 무시된 것으로 알려진 사례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12일 최 원내대표가 한 언론이 '국정원 개색희야'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보도한데 대해 유일호 당 대변인에게 적절한 대응을 지시했지만 유 대변인은 황 대표의 눈치를 보느라 무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물론 유 대변인은 "무시한 게 아니라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는 문제였기에 직접 논평하지 않고 부대변인이 하게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진영의 이런 갈등으로 당의 분위기는 점차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의원 개인들은 국조파행, 세제 논란 등 정치적 이슈가 몰려 있으나 해외에서 하한기를 보내기 일쑤고, 당 사무처 요원들은 반 달(2주동안) 동안 휴가를 사용하면서 정작 민생 정치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종기자